[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2014년도 K리그 클래식에 참가할 12개 클럽 감독들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면면이 바뀌니 양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2013년 볼 수 없었던 지도자가 4명이나 등장한다. 전체의 1/3이니 적잖은 폭의 변화다.
아쉽게 우승을 놓친 울산은 김호곤 감독이 기술고문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뒤 조민국 울산현대미포조선 감독을 후임 사령탑으로 앉혔다. 경남FC는 페트코비치 감독을 대신해 과거 대우로얄즈를 이끌었던 이차만 감독을 선임했다. 지난해 전북현대를 이끌었던 이흥실 감독이 수석코치로 짝 이룬 것도 이채롭다.
아직 공식발표는 나지 않았으나 시민구단으로 전환한 성남FC(가칭)은 박종환 감독 체제 출범을 앞두고 있다는 전언이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신태용 전 감독, 안익수 전 감독 등과 저울질이 길었으나 최종 선택은 ‘노장’ 박종환 감독이 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1부리그로 승격한 상주상무의 박항서 감독의 컴백까지, 올해는 없었던 지도자들이 4명이 가세한다.
↑ 새 시즌 K리그에 사령탑 변화가 적잖다. 전체적인 구도를 단순화 하자면 ‘젊은 고참’들과 ‘베테랑 신예’가 어우러진 형국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1950년생 이차만 감독은 1970년대를 풍미한 국가대표 미드필더 출신으로, 지도자 변신 이후로도 파격 행보를 거듭했다. 1983년부터 대우로얄즈 코치로 프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차만 감독은 1987시즌을 앞두고 깜짝 감독으로 승격됐다. 파격 인사였다. 당시 이차만 감독의 나이는 37살, 만으로 36살에 불과했다. 이는 지금껏 K리그 최연소 사령탑 기록이다.
우려가 있었으나 최연소 사령탑 이차만 감독이 이끄는 1987년의 대우로얄즈는 리그 우승을 차지한다. 16승14무2패, 압도적인 우승이었다. 이차만 감독은 1992년 7대 감독으로, 1996년부터 1999년까지 11대 감독으로 다시 친정팀을 이끌었다. 1999년을 끝으로 K리그 일선을 떠났던 이차만 감독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모교인 부경고를 이끈 바 있다. 따라서 K리그 현장으로 돌아오는 것은 근 15년만이다.
환갑을 넘은 이차만 감독도 노장이지만 성남 감독 내정설이 탄력을 받고 있는 박종환 감독에 비하면 ‘젊은 피’다.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선수권 4강 신화의 리더였던 박종환 감독은 대표적인 ‘노장’ 감독이다. 당장 수준급 선수들을 수급할 수 없는 현실에서 박종환이라는 노련한 지도자를 통해 팀의 무게감을 높이겠다는 성남시의 계산으로 보인다.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역시 걸림돌은 나이다. 75살의 박종환 감독은 알렉스 퍼거슨(72)보다도 많다. 제자뻘인 다른 팀 감독들을 생각했을 때 갸웃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게다 2006년 대구FC 감독 이후 8년간 현장 경험이 없다는 것도 아킬레스건이다. 지도자로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최근 K리그 흐름에 얼마나 ‘감’을 잃지 않았느냐가 관건이다.
울산의 지휘봉을 잡은 조민국 감독도 ‘감’이 문제다. 고려대와 울산현대미포조선을 각각 대학 최강과 내셔널리그 정상으로 견인한 지도력은 인정을 받으나 K리그 경험은 초짜와 다름없다. 결국 박종환 감독이나 이차만 감독, 조민국 감독 모두 ‘젊은 고참’들과의 경쟁을 펼쳐야하는 형국이다. 박항서 상주상무 감독도 과거를 잊고 도전한다는 각오다.
시즌 더블을 달성한 포항의 황선홍 감독, ACL 준우승을 일군 FC서울의 최용수 감독 등 무섭게
젊은데 고참이고 베테랑이나 신예인 지도자들의 모순된 만남, 2014년 K리그 클래식을 보는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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