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건설은 송도 개발 관련 은행 대출금 2조5000억원을 만기 전에 조기 상환하기로 결정했으며 이 중 1조원이 넘는 자금을 18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발행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대규모 물량 부담에 시장 금리는 연일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16일 인천도시공사가 지급 보증한 기업어음(아이비에이치앤)은 연 4.7% 금리에 거래가 이뤄졌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지급을 보증하는 기업어음(코어밸류제일차)도 연 4.3%에 거래됐다. 모두 최고 신용등급인 A1 등급 기업어음들이다. 신용등급이 더 낮거나 최근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ㆍ조선ㆍ해운 업종의 기업어음 금리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회사채 발행이나 은행 대출이 막힌 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업어음 발행 물량이 크게 늘어난 데 반해 기업어음을 찾는 수요는 크게 위축돼 있어 단기 금리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간 증권사들은 단기 자금을 저리에 조달해 기업어음 등 단기 상품에 투자해왔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콜 차입규제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들의 투자 수요는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NH농협증권, 대신증권 등 17곳 증권사가 금융당국의 콜시장 참여 제한 방침에 따라 내년까지 줄여야 할 콜자금 차입 규모는 최소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동양그룹 사태 이후 기업어음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투자 심리도 크게 악화됐다. 한 시장 관계자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 중 상당 부분은 우정사업본부나 노동부가 증권사 신탁을 활용해 많이 투자해 왔다"며 "그러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라는 정부 지침이 내려오면서 이들도 기업어음 운용 자금을 많이 회수해 간 상태"라고 말했다.
기업어음시장은 비우량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인식돼 왔다.
회사채 발행이나 은행 대출처럼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손쉽게 발행할 수 있어 유동성이 급한 기업들이 단기 자금을 빌리는 용도로 많이 활용했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는 "투자자 처지에서도 비우량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에 3~5년 동안 자금이 묶여 있으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반면 기업어음은 3~6개월만 투자하면 되기 때문에 쉽게 손이 갈 수 있다"고 설명
그러나 기업어음 투자 수요가 위축되고 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업들의 단기 자금 조달에 경고등이 켜졌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선 4~5%대 금리를 제시해도 선뜻 사려는 투자자가 없다"며 "기업 자금조달 담당자들 사이에선 아무리 높은 이자비용을 치러도 기업어음을 받아주는 투자자만 있으면 다행이라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김혜순 기자 / 정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