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고도성장기가 끝나고 성숙 단계로 진입한 실물경제와 빠른 고령화 등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비전과 정책 목표를 제시한 것은 적절한 정책 대응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주 주가 움직임을 보면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시장의 초기 반응은 다소 미온적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이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소화해서 새로운 균형을 항상 성공적으로 예측해온 것은 아니지만 미온적인 시장 반응은 정부 정책을 통해 저성장과 저수익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 않음을 방증한다.
정책당국이 고려하고 있는 규제 완화 등 외부 환경 요인 개선 이외에도 현재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창조적 혁신에 대한 금융회사 의지다. 경쟁을 통한 동기부여 시스템은 자본주의가 사회주의 등 여타 경제 체제에 비해 우월한 요소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노력, 혁신 그리고 창조적 파괴 등이 자본주의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온 원동력이었다.
반면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보여준 행동은 창조적 혁신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촘촘한 정부 규제가 창조적 혁신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지만 오히려 창조적 혁신에 대한 절박함 결여가 더 큰 장애였을지도 모른다. 정부 규제가 금융회사 활동 범위를 제약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정부 규제 뒤에 숨어 보호와 관리를 받으면서 금융회사 스스로 생존에 대한 절박한 고민을 하지 않고 지내온 것 또한 '불편한 진실'인 것이다.
혁신에 대한 절박함은 기업이 죽고 사는 문제에 직면할 때 가장 크게 대두될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금융산업의 지속적인 수익성 하락과 생산성 저하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퇴출된 회사를 찾아보기 어려운 환경에서 금융사 스스
생존에 대한 절박함 부족은 정부 정책을 통해 금융회사가 과거 방식과 관행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금융회사 스스로 절박한 노력이 가시화할 때까지 주가로 나타나는 시장 반응은 미온적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송기석 BOA메릴린치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