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지금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한 개인의 추억이 아닌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모두가 공통으로 느낄 수 있는 문화 상품을 통해 사회 전반에 빠르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MBN스타 대중문화부에서는 복고 열풍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짚어보고자 한다. / MBN스타 대중문화부
[MBN스타 박정선 기자] 복고는 현재의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텔레비전을 켜면 복고 아이템을 적용한 사례들이 왕왕 보이고 있고, 대중들은 이 같은 상황을 ‘복고 열풍’이라고 이름 붙였다.
왜 이러한 복고 열풍이 부는 걸까. 사실 복고는 이미 오래 전부터 반복적으로 사용된 문화예술 산업의 단골 전략이다. 그런데 유독 최근에서야 주목을 받는 이유는 창작자들에게 있다. 과거에 검증되었던 소재들을 다시 만들어내 경제적인 리스크를 줄이려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용이하다는 면도 간과할 수 없다. 과거의 것이라지만 대중문화 특히 방송의 주요 소비층인 10-20대에게 복고는 새로운 창작물로의 접근이 가능하다.
과거의 문화가 오늘날의 사회적 기호에 맞춰 새로운 긴장감을 연출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는 복고가 모두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복고 아이템을 차용하는 것에는 두 가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과유불급, 견물생심이라 했다. 대중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상술만 가지고 반복적으로 복고를 이용하거나, 소위 ‘잘나가는 아이템’을 새로움 없이 무조건적인 따라 하기식으로 찍어낸다면 복고는 그 상품성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복고의 인기 이유, 요인 등을 두고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와 공연기획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윤상호(27·시민논객) 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응답하라 시리즈’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건축학개론’ 등 복고 관련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만들어 지고 있다.
∇강태규= 대중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끊임없이 갈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 창조에는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는 혜안이 지난 세대에 각광받았던 콘텐츠를 어떻게 새롭게 하느냐다. 이건 기획자들의 숙제라고 볼 수 있다. ‘왜 하필 복고일까’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이는 검증 받은 것을 오늘의 정서로 새롭게 표현하는 것은, 새로운 창작보다 상당히 쉽다는 거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에 있어서 용이하다.
∇윤상호= 문화마케터들에게 있어서 복고의 개념은 구매능력이 다소 높은 연령층에게 감성적인 어필을 통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다. 당시의 추억과 감성을 자극시켜 다양한 상품을 제공한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복고상품을 경험했던 세대들이 구매능력을 갖출 만큼 성장했다는 뜻이 아닐까? 7080을 넘어 8090까지 세대계층이 넘어왔다. 지금의 20-30대의 경험들이 하나의 아이템이 되어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건축학개론’ ‘응답하라1997’ ‘응답하라1994’같은 문화 상품이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직접적인 향수가 강하게 남아있는 현재의 30대가 큰 호응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30대는 물론이고, 그 세대의 직접적인 경험자가 아닌 10대와 20대 청소년들에게도 복고는 이질감 없이 다가온다. 오히려 10대들에게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은가.
∇강= 그 당시 장치가 다 각광을 받아왔던 것들이기 때문에 이는 세대의 간극을 줄여내는 역할을 한다. 새로운 세대에겐 생경하지만, 극중에서 잘 녹여낸 복고는 감정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획자들은 이미 검증이 됐던 것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윤= 그만큼 세대적인 격차가 많이 줄었다는 반증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8090세대는 7080과는 다르게 많은 미디어 매체들이 보급되어 다른 문화를 공유하는 범위가 상대적으로 큰 계층을 소화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대 역시 간접적으로 8090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고, 이것이 지금의 호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10년 후에는 이러한 복고문화를 수용하는 계층의 간격이 훨씬 좁아질 것이다. 미디어의 발달이 복고 수용 층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복고는 성공의 열쇠인가? 실패하는 사례도 종종 보인다.
∇강= 복고는 20년 주기로 돌아온다. 20년의 시간이 넘게 되면 이질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또 다른 경우는 추억의 되새기질에서 끝나 오늘의 대중문화에 충족을 시키지 못하거나, 새로운 발전 가능성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콘텐츠가 단순 추억에 머물러 있다면 그건 1회성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음악시장에서의 복고는 어떤가.
∇윤=자본과 투자로 돌아가는 메이저 음악시장에서 특별하다거나 허를 찌르는, 그야말로 섹시한 콘텐츠가 나오긴 힘들다.
∇강=그렇다. 대중음악시장에서 복고는 사실상 주류를 이루지는 못할 거라고 본다. 지금의 음악은 굉장히 혁신적이고 비주얼화 되어있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켜줄 수 없다. 지금 대중음악에서 복고라고 나오는 것은 아이디어 상품에 불과하다. 복고의 원천적인 소스가 아니라 전형적인 수박 겉핥기인 셈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오래된’ 음악이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고, 너도나도 통기타를 들고 다니면서 포크를 운운한다.
∇윤= 그렇다. 내가 어렸을 적 홍대만 가더라도 모두 주차장 철끈을 온몸에 휘두른 메탈아저씨들이나 펑크족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20대들도 모던한 감성을 필두로 컨트리, 포크, 록큰롤, 뉴웨이브 등 다양한 음악을 소화할 수 있는 수용력이 생긴 거다. 인디시장을 주목해라. 어느 것보다 섹시한 복고아이템이 나올 거다. 물론 대중들은 그것이 복고인지도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거다. 사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은 이미 70년대 대학가요제에서 한참 유행한 스타일이었다.(웃음)
복고 열풍 앞으로도 계속 될까.
∇강= 새로운 창작물이 복고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것이 나온다면 모르겠지만 그렇기가
∇윤= 무엇보다 복고든, 어떤 형태로든 문화가 하나의 상품이 되고 구매함으로써 시장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고문화는 계속 발전되어야하고, 더 많은 콘텐츠들이 생산되어, 문화강국으로써 산업의 선두주자가 되길 바란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