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요즘은 패스가 재밌더라.”
김주성(34, 원주 동부)이 요즘 새로운 농구재미에 흠뻑 빠졌다. 선수 구성상 김주성의 역할이 달라지면서 패스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프로농구 데뷔 12시즌 만에 패스에 눈을 떴다. ‘포인트 포워드’로 명성을 떨쳤던 현주엽(38, 은퇴)의 향수가 느껴진다.
김주성은 올 시즌 동부의 핵심 포워드다. 205cm로 팀 내 최장신이지만, 그의 손이 뻗치지 않는 곳이 없다. 김주성은 이승준(35, 204cm), 외국선수 허버트 힐(29, 202cm)과 함께 동부의 트리플 포스트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 22일 잠실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원주 동부와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동부가 삼성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동부는 경기 내내 삼성에 뒤지던 중 4쿼터 후반부터 추격을 시작해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동부 김주성이 마지막 역전 슛을 성공시켜 경기를 끝낸 후 이승준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김주성은 시즌 개막과 함께 지난 시즌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득점 뿐 아니라 어시스트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5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37분6초를 소화하며 평균 17.6점 4.4리바운드 5.0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동부도 4승1패로 단독 2위에 올랐다.
김주성은 수비가 강점인 포워드다. 그런데 올 시즌 승부처에서 폭발하는 득점력도 빛나지만, 더 눈에 띄는 기록은 어시스트다. 함지훈(29, 울산 모비스)과 함께 어시스트 부문 공동 3위에 올라있다. 김주성은 지난 13일 원주 홈 개막전에서 25점 6리바운드 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펼쳤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19일 서울 SK전을 제외하고 꾸준히 어시스트 기록을 올리고 있다.
김주성은 팀 농구를 즐기는 선수다. 올 시즌 선수 구성상 어시스트를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이승준과 힐을 살리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면서 외곽 찬스까지 열어주고 있다. 득점력이 뛰어난 동료들이 많아 적시적소에 패스가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어시스트를 할 수 있는 기회도 늘었다.
또 패스의 질 자체도 높아졌다. 김주성은 힐과 이승준에게 감각적인 앨리웁 패스를 시도하는가 하면, 수비를 끌어들인 뒤 외곽으로 내주는 킥아웃 패스도 타이밍이 절묘하다.
과거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불렸던 현주엽을 연상케 한다. 현주엽은 프로 통산 9시즌 동안 평균 13.3점 4.1리바운드 5.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트리플더블은 7차례나 기록했고, 어시스트 5위 안에 든 시즌도 세 차례나 된다. 2004-05시즌에는 평균 7.8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김승현(10.5개, 당시 대구 오리온스)에 이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역대 프로농구 역사상 국내 포워드가 어시스트 5위 안에 들었던 것은 현주엽밖에 없다.
김주성은 지난 22일 잠실 서울 삼성전에서 6개(27점 4리바운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뒤 “어시스트왕 욕심은 없지만, 기록이 계속 유지되면 욕심도 날 것 같다”며 웃은 뒤 “오늘도 2~3개의 어시스트 찬스를 놓치니까 아쉽긴 하더라”고 은근히 욕심을 드러냈다.
이어 김주성은 “요즘 패스가 재밌더라. 그래서 그런지 어시스트
김주성의 수비 능력은 이미 공인된 사실. 득점과 어시스트 등 공격력까지 탑재한 김주성이 더 무섭게 변하고 있다. 통산 트리플더블 4회 기록을 갖고 있는 김주성이 올 시즌 트리플더블을 몇 개 더 추가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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