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이거(도박 농구) 하면 나 얼마 줄 거요”
일제강점기 시대의 아픔과 스포츠가 만났다.
한반도가 분단되기 직전인 1948년, 남북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Korea’라는 한 이름으로 올림픽에 출전했던 농구대표팀의 이야기를 다루는 tvN 월화드라마 ‘빠스껫 볼’(극본 김지영 장희진, 연출 곽정환)이 21일 긴 여정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실업팀 농구선수를 꿈꾸던 전도유망한 조선청년 강산(도지한 분)이 결국 험한 도박농구 판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씁쓸한 현실들을 그려냈다.
낮에는 고보(일제강점기 ‘고등 보통학교’를 줄여 일으는 말)를 아니고 밤에는 술을 팔며 생업을 이어가는 강산이지만, 농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힘든 하루를 견뎌낸다. 이날도 어김없이 술을 팔던 강산은 운명에 이끌리듯 시끌벅적한 뒷골목으로 향하게 되고 그 곳에서 도박농구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한반도가 분단되기 직전인 1948년, 남북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Korea’라는 한 이름으로 올림픽에 출전했던 농구대표팀의 이야기를 다루는 tvN 월화드라마 ‘빠스껫 볼’이 21일 긴 여정의 시작을 알렸다. 사진=빠스껫 볼 캡처 |
실제 강산은 고보 학생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농구실력을 자랑하는 실업농구팀 스카우트 1순위인 인재이지만, 번번이 돈으로 모든 것을 매수하는 세력들로 인해 최종 과정에서 번번이 낙방하고 만다. 심지어 실업농구팀 스카?W트 담당자에게 “농구 그만두게. 자네 처지에 농구는 안 맞다. 가난한 사람이 무슨 신식 스포츠를 하느냐”는 충고 아닌 충고를 듣고 낙담하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보 수업료를 내지 못해 집안 모든 살림이 학교에 몰수될 위기에 처하게 되고, 여러모로 살기 위해 돈이 필요하게 된 강산은 실업농구팀의 꿈을 잠시 미룬 다음, 공윤배와 손을 잡고 도박농구 전선에 뛰어들게 됐다.
농구 이야기를 다루는 ‘빠스껫 볼’이지만 정작 드라마에서 보여준 농구는 화려한 덩크슛도 멋진 원 핸드 슛도 없는, 오늘날과 비교했을 때 투박하고 볼 품 없는 ‘농구’였다. 하지만 화려함을 배제한 ‘빠스껫 볼’의 농구는 시대적 환경과 분위기를 톡톡히 알리는 장치로 사용되며 시대극만이 줄 수 있는 재미를 더했다.
사진=빠스껫 볼 캡처 |
‘빠스껫 볼’은 도지한과 이엘리야, 정동현, 지일주, 박예은 등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인들을 대거 캐스팅 하면서 기대와 불신의 눈길을 동시에 받았던 작품이었다. 많은 이들의 염려와는 달리 신인 배우들은 의외의 선방을 보여주었다. 걸그룹 멤버에서 처음으로 연기신고식을 치르게 된 예은은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고봉순으로 능청스럽게 변신했으며, 역시 처음으로 드라마에 데뷔하게 된 이엘리야는 신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게 연기를 이어나갔다. 특히 도지한의 경우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는 카리스마와 살아있는 눈빛을 보여주며 왜 그가 강산역으로 캐스팅 됐는지를 보여주었다. 여기에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중견 배우들은 신인배우들이 연기와 조화를 이루며 극을 이끌어 나갔다.
이날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던 인물은 멀티 역에 조희봉이었다. 조희봉은 강산을 괴롭히는 일본 선생님을 시작으로 신영(이엘리야 분)이 일하는 잡지사 편집장, 무도회장의 직원 등 극과 극을 오가는 캐릭터를 소화하며 때로는 냉정한 카리스마를, 때로는 익살스러움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앞선 드라마 ‘한성별곡-정’ ‘추노’ ‘도망자 Plan.B’등을 통해 화려한 영상미를 자랑해온 곽정환 감독의 연출은 이번 ‘빠스껫 볼’에서도 빛났다. 일제강점기의 경성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최신의 장비인 ‘프리비전’을 도입하고 CG가 적용된 장면만 367컷이라는 것이 괜한 말이 아닌 듯 영화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밖에 다소 어려울 수 있는 황거요배, 지나사변, 영등포 공업단지, 월사금 차압, 요보, 조선어매 등 그 시대에 사용했던 단어와 지금과는 다른 특수한 사실들을 자막을 통해 친절하게 알려주면서 극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