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예진(31)은 이렇게 세월이 지나가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과거 인터뷰에서 “나이를 빨리 먹고 싶고 성숙한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한 기억이 남는데 이제 더 이상은 아니라고 했다. 뾰로통한 표정이 귀엽다.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요. 조금 있으면 한 해가 가니 벌써 10월이 된 게 무서워요.”(웃음)
2000년대 ‘멜로의 여왕’으로 불린 손예진도 나이를 먹긴 먹는다. 실물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 ‘클래식’ 때와 별반 차이 없는 것 같으니 그냥 하는 말 같다. 그가 원하던 성숙한 연기도 표현해내니 좋아할 것 같은데 천생 여자는 여자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어쩔 수 없는 순리. 나이를 빨리 먹는 걸 누가 원하겠는가.
“캐릭터와 설정, 이야기가 가진 힘이 좋았어요. 아빠와 딸의 감정선이 특히 중요했죠. 쫓고 쫓기며, 누가 누굴 죽이는 등 다른 여타 스릴러와는 달랐어요. 다만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힘들었던 점은 ‘내 정신이 이걸 하면 피폐해질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었죠. 초반에는 의욕이 상실되고 부정적이 되더라고요. 아빠를 세상의 모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심하게 되면서 모든 게 거짓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니까요. 나를 힘들게 하는 게 싫어서 피하고 싶었는데 어느새 운명 같은 작품이 됐어요.”(웃음)
손예진은 지금의 나이에 ‘공범’을 할 수 있어 특히 좋았다고 고백했다. “이 작품을 어릴 때가 아닌 지금 만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내공 없이는 연기하기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몇 작품 참여하지 않고 이 작품을 했으면 정말 못했을지도 몰라요. 물론 하긴 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감정 깊이가 지금 나이보다는 덜 했겠죠?”
손예진은 개봉 즈음 경쟁 작품이 많은 게 내심 불안한 듯했다. 현재 외화 ‘그래비티’가 한국 영화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 또 하정우와 박중훈의 감독 데뷔작인 ‘롤러코스터’와 ‘톱스타’와도 경쟁해야 한다. 기 개봉작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와 ‘소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룹 엠블랙 이준이 주연해 호평받고 있는 ‘배우는 배우다’도 무시할 수 없다. 손예진의 입장에서 보면 남자 대 여자의 대결이다.
손예진은 남자배우들이 부럽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자신에게도 많은 작품이 들어오긴 하지만 선택의 폭이 넓진 않다고 한다. 그는 “남자배우들은 끊임없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은 게 부럽다”고 솔직한 마음도 털어놓았다.
“저를 써줘야 출연할 수 있는 거죠. 누구나 하고 싶은 데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잖아요. 또 여배우들이 결혼하고 나면 할 수 있는 작품이 한정적인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하고 있어요. 작은 역할이라도 좋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죠. 분명히 그런 영화들이 있을 텐데 나중에 시켜만 주면 열심히 할 거예요.”(웃음)
손예진은 자신이 열정적이긴 하지만 노출이 있는 영화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우 이전에 여자로서의 선택을 해야 하니 쉽지 않다는 이유. “용감하고 멋진 일이지만 출연하고 난 뒤 사람들의 시선 등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나 사람들이 자극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게 싫다. 그가 노출이 있는 작품에 출연한다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일까? 손예진은 토크쇼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는 얼굴을 자주 비추진 않는다. “배우로서 개인적인 이야기는 나가는 게 그렇게 좋은 건 아니다. 부담스럽다”고 고백했다. “나이가 들어 경험이 많이 쌓였을 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바랐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결혼 이야기가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34세 이전에 결혼하고 싶다는 얘기를 수차례 했는데, 그 가까운 나이가 되니 더 관심이 쏠린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