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모든 것이 거짓말로 밝혀진 ‘이천수 사태’가 프로축구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경찰의 조사가 진행중이지만 이천수의 폭행혐의는 사실로 밝혀졌다. 여기에 거짓말이라는 '도덕적 범죄'까지 더해져 축구팬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소속구단 인천 유나이티드와 프로축구연맹은 이천수의 징계 수위를 놓고 고심 중이다. 폭행에 따른 연맹 차원의 징계 전례가 없는데다 '거짓말'을 징계에 어떻게 포함시켜야 하는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이천수는 지난 14일 새벽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술집에서 다른 테이블의 손님 김모(30)씨를 때리고 김씨의 휴대전화를 부셨다는 혐의를 받고 16일 불구속 입건됐다.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나온 이천수의 진술은 충격적이다. 애초 너무 억울하다던 이천수의 호소는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절대 폭행은 없었다는 말도, 동석한 아내를 보호하려다 벌어진 일이라는 것도 거짓말이었다. 폭행은 사실이었고, 아내는 그 자리에 없었다.
온통 거짓말이었던 ‘이천수 사건’을 둘러싼 인천 구단과 프로연맹의 징계수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팬들의 반응은 단호해야한다는 쪽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많은 이들이 피해자가 된 가운데 이제 관심은 이천수의 징계수위에 맞춰지고 있다. 가장 괴로운 것은 인천 구단이다. 사건 발생 당시 이천수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언론을 통해 발표했던 인천은 죄를 덮어주기 위해 함께 거짓말을 한 모양새가 됐다. 구단도 피해자가 됐다.
인천 구단은 17일 오전 회의를 열고 이천수의 징계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적잖은 논란 속에서도 이천수를 품었던 인천이 불과 7개월 만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문제는 징계수위를 결정하기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이런 전례가 없는 까닭이다.
‘경기장 밖’에서 벌어진 개인사다. 이천수는 13일 훈련을 마치고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14일은 인천의 훈련이 없었다. 짧은 휴가였다.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에 벌어진 일을 어떤 잣대로 징계를 내려야하는 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로축구연맹도 괴롭다. 역시 마땅한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일단 경찰의 공식 발표와 인천 구단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최종적인 결론을 보고 연맹도 입장을 밝힐 것”이라면서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다. 상벌위원회를 열어야할지, 연다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할지 고민이다”는 뜻을 전했다.
연맹 역시 ‘개인사’라는 것이 고민이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과거 이천수가 팬들에게 ‘주먹감자’를 날린 것이나, 안정환이 2군 경기에서 팬들과 시비가 붙었던 것처럼 경기장 안에서 벌어진 일은 ‘K리그의 명예 실추’라는 이유를 들어 징계를 내릴 수 있으나 이번처럼 경기장 밖에서 벌어진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 전례가 없어서 괴롭다”는 뜻을 전했다.
안정환은 수원 소속이었던 지난 2007년, 2군 경기에서 상대 서포터의 심한 야유를 참지 못해 관중석에 난입했고 이에 프로연맹은 명예 실추를 이유로 1,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프로연맹 상벌 규정 제3장 19조 1항에 따르면 ‘경기장 안팎에서 K리그 명예를 실추시킨 선수 및 구단 관계자에게 500만 이상의 벌금을 부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도에 어긋난 세리머니를 펼친 이천수 역시 6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었다.
지금껏 없었던 ‘사고’를 친 이천수이기에 인천도 연맹도 전전긍긍이다. 팬들의 반응은 단호한 징계를 내려야한다는 쪽이다. 술을 먹을 수도 있고, 시비가 붙을 수도 있으나 아내까지 거론하면서 팬
‘사고뭉치’를 끌어안았던 인천유나이티드와 그 과정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았던 프로축구연맹이 괴로운 상황에 처했다. 전례가 없었기에, 어떤 전례를 남기느냐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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