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가 포스트시즌 첫 승 사냥에 실패했다. 10년의 공백을 깨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과는 졌다. 과정도 아쉬웠다.
LG는 지난 16일 잠실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에서 자멸했다. 두 차례 결정적 승부처서 실책이 발목을 잡았다. 잠실더비 첫 승부의 팽팽한 긴장감보다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긴장감이 더 컸다. 베테랑 3루수 정성훈의 2실책은 치명적이었다. 믿었던 불펜도 두산에 밀렸다. 타선은 4안타 빈공에 시달렸고, 찬스에 병살만 2개가 나왔다.
LG는 경기 초반 빼앗겼던 흐름을 뒤집고도 웃지 못했다. 단기전 1차전 승리는 시리즈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다. LG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확률은 24.1%에 불과하다. 그래도 실망이 크지 않은 이유가 있다.
지난 16일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13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PO1차전 1회 말 무사 1루에서 LG 이병규가 동점 2점 홈런을 치고 홈 팬들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며 홈인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김기태 LG 감독은 두 가지 고민이 있었다. 플레이오프 1선발과 2번타자 카드였다. 류제국을 선발로 일찌감치 낙점했지만, 2번 자리는 플레이오프 직전까지 고민을 거듭하다 이병규(7번)로 결정했다.
레다메스 리즈를 2선발로 밀어낸 류제국은 페넌트레이스 최종전 승리가 결정적이었다. 평균자책점은 리즈보다 높아도 가장 안정적인 승리의 아이콘이었다. 류제국은 1회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5⅓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호투했다. 두산의 강타선을 상대로 탈삼진도 8개나 잡아내며 큰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중심타선인 최준석과 홍성흔에게 탈삼진 4개를 뽑아내는 집중력도 돋보였다. 김 감독도 “류제국의 투구는 1회를 빼고 좋았다”고 만족했다.
이병규(7번) 카드는 제대로 적중했다. 이병규는 0-2인 1회말 첫 타자 박용택의 안타 이후 동점 투런포를 터뜨리며 스스로 2번 적임자라는 것을 입증했다. 번트 작전이 아닌 강공으로 밀어붙인 전략도 통했다. 이병규는 3회에도 박용택의 볼넷에 이어 다시 볼넷으로 출루하며 무사 1, 2루 찬스를 만들었다. 테이블세터로서 확실한 역할을 해냈다. 김 감독은 “이병규를 계속 2번으로 쓸지는 더 고민을 해볼 것”이라고 했으나 내려놓기 힘든 조커 카드가 됐다.
플레이오프 1차전 9회초 1사 2루 두산 정수빈이 1타점 적시타 때 LG 3루수 정성훈이 어두운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LG의 최대 약점은 경험 부족이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있는 베테랑 정성훈조차 2실책을 저지를 정도로 경직된 경기였다. 정성훈은 2002년(KIA), 2003년, 2006년(이상 현대)에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이후 7년 만이었다. 경험이 없는 젊은 선수들도 이병규(7번)를 제외하고 포스트시즌 첫 안타를 신고한 초짜는 없었다.
LG 코칭스태프는 “긴장하지 말고 부담없이 편하게 즐겨라”고 강조했으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포스트시즌의 압박감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LG는 지난 5일 최종전 이후 11일 만에 경기였다. 두 차례 고양 원더스와 연습경기를 가졌지만, 실전과 같을 수는 없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기 마련이다. 두 번째는 쉽다. LG는 만원 관중 앞에서 큰 경험을 했다. 박빙의 승부에서 실책으로 졌기 때문에 아쉬움도 더 클 수밖에 없다. 한 방 얻어맞고 나면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다. 경직됐던 몸도 풀린다.
LG는 쌓아둔 체력과 에너지를 쏟을 겨를도 없이 1차전이 훅 지나갔다. 유경험자들도 너무 오랜 만에 가을야구를 만났다. 2차전부터는 포스트시즌에서 야구했던 방법을 몸이 기억할 차례다. 젊은 선수들도 큰 무대를 몸으로 느꼈다. 이젠 감을 잡아야 한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첫 사랑은 실패가 다반사다. 두 번째부터는 방법을 알고 연애도 더 쉽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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