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지구는 소행성과 충돌했고, 평화로운 일상은 이제 끝이 났다.
그동안 캐릭터 소개 성격이 강했던 에피소드만을 보여주었던 tvN 시트콤 ‘감자별 2013QR3’(이하 ‘감자별’)이 15일 방송에서 2013QR이라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 지구의 위기 앞에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그려내며 본색을 드러냈다.
이날 마지막까지 비밀리에 감춰졌던 가난한 기타리스트 장율(장기하 분)이 처음으로 모습을 내비쳤다. 클럽데이를 맞이해 클럽에서 밴드 공연을 펼쳤던 장율은 장내 사람들이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로 아비규환을 이룰 때 혼자서 유유자적하게 기타 연주를 계속 이어갔다. 친구와 함께 클럽에 왔다가 봉변을 당한 수영(서예지 분)은 세상과 동떨어진 듯 홀로 여유로운 장율에게 첫 눈에 반한 표정을 보이며 새로운 러브라인을 예고했다.
‘감자별’은 2013년 어느 날 지구로 날아온 의문의 소행성 감자별의 충돌로 인해 벌어지는 노씨 일가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담은 시트콤이다. 소행성과 충돌 직전 ‘감자별’은 시청자들에게 맛보기 시식을 전달해 주듯, 지루할 정도로 평범한 일상 속, 독특한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하루를 보여주었다.
‘감자별’에서 지구와 2013QR이라는 이름의 소행성이 충돌하는, 인류 최악의 위기를 그려내며 본격적인 이야기의 서막을 알렸다. 사진=감자별 캡처 |
이들 나름의 평범한 인생은 노씨 집안 자녀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잘나도 너무 잘난 탓에 똥 이야기마저 자기자랑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민혁(고경표 분)은 주위 사람들이 그 잘난척에 구토를 해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한시간동안 수십 번 마음이 바뀌는 변덕쟁이 차녀 수영는 하루에 한 번씩 과거의 연인이자 외국인 줄리엔에게 ‘한(恨)’의 정서를 철저하게 알게 도와준다.
이밖에 모든 것을 입으로 받아먹는 억척소녀가장 진아(하연수 분)와 무엇이든 반대로 말하는 청계구리 어법의 구사자 혜성(여진구 분), 그리고 남들보다 두 박자나 느리게 반응할 장율 등 모두 비범하기 그지없다.
일정한 한 사건을 중심으로 일정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일반 드라마와는 달리, 배경과 등장인물은 같지만 매회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는 시트콤의 특성상 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극을 이끌어 나가는 인물들일 것이다. 이로 인해 모든 시트콤의 초반은 본격적인 전개에 앞서 늘 개성강한 인물들의 성격과 특성을 알리는 영역에서부터 시작됐다.
‘하이킥’ 시리즈의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시트콤의 대가 김병욱PD와 김영철 작가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작품 ‘감자별’은 역시 여느 시트콤과 다를 바 없이 독특한 캐릭터를 앞세워 이들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다. 지나치게 과장된 인물을 앞세우는 와중에서도, 김 PD는 대가란 명칭을 그냥 얻은 것이 아닌 듯, 왜 그 인물이 그런 개성을 가지게 됐는지를 디테일하게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높였다.
이런 김 PD의 의도가 잘 드러난 인물은 바로 민혁이다. 정말 비현실적으로 자랑하는 걸 좋아하는 ‘잘난척 대마왕’ 민혁은 자칫 잘못하면 ‘척’만 앞선 어설픈 캐릭터로 그칠 수 있다. 하지만 극중 민혁은 그저 단순히 척만 하는 인물이 아니라, ‘신데렐라 스토리’ 속 드라마에서 나타난다면 ‘백마탄 왕자님’이 되었을 정도로 정말 잘난 인물이었다. 자신이 입버릇처럼 부르짖는 변화와 혁신을 이루기 위해 고졸출신인 진아를 과감히 채용할 뿐 아니라, 남들이 쉽게 지나칠만한 진아의 굴욕사진을 ‘마요네즈걸’로 캐릭터화 시키며 완구시장에 변화를 일으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사진=감자별 캡처 |
‘감자별’ 제작진은 “극의 터닝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감자별’이 등장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일상의 불확실성’ 속 유머를 담아내려는 기획의도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예
감자별과 함께 할 세상은 이제 막 시작됐다. 이제 시청자들은 감자별이 뜬 하늘 아래, 김PD가 꼼꼼하게 그려낸 캐릭터들이 인생 최악의 위기 어떤 반응을 보이며 행동할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