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나보다 팀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는 플레이는 하대성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한 판단으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는 하대성은 전형적인 ‘필드의 사령관’ 유형이다.
문득문득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시절 박지성의 미덕이었던 이타적 플레이가 떠오르는 하대성이다. 포지션에 따른 역할은 다르지만 추구하는 바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하대성이 홍명보호 내에서 경쟁력을 갖게 한 이유 중 하나다. 그 매력에 대한 확인은 끝났다. 이제는 이기적인 모습도 어필할 필요가 있다. 다가오는 페루전은 하대성에게 그래서 중요하다.
이타적인 플레이가 미덕인 하대성의 이기적인 플레이를 테스트할 수 있는 페루전이 다가오고 있다. 적극적인 공격력도 필요하다. 사진= MK스포츠 DB |
홍명보 감독은 2기 멤버를 발표하면서 “허리를 중심으로 아래는 지난 동아시안컵과의 연속성에 중점을 뒀고, 공격진은 새로운 변화를 도모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수비적인 면은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았으나 전방의 날카로움은 부족함이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구성이다. 이런 평가 속에서 흥미롭게 주목할 인물이 하대성이다.
홍명보호 1기의 주장이었던 하대성은 이번에도 재신임을 얻었다. 대표팀만 오면 작아졌던 과거의 아픔을 어느 정도 떨쳐냈다는 외부의 평가와 홍명보 감독의 판단이 어느 정도 일치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동아시안컵 1-3차전에 출전한 하대성은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선수 중 하나다. 특히, 비슷한 유형인 박종우가 2기에는 빠지고 자신은 살아남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고무적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조심스럽기도 하다. 박종우는 소위 말하는 ‘홍명보의 아이들’에 속하는 선수로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중요한 몫을 담당했다. 기성용의 파트너로 중원을 누비던 박종우는 홍명보호의 동메달 획득에 숨은 공로자였다. 요컨대 홍명보 감독에게는 이미 검증된 자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페루전에서의 제외가 곧 박종우의 입지 하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외려 다른 선수들을 좀 더 보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도 있으며, 만약 그렇다면 하대성은 보다 적극적인 눈도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하대성의 장점은 무리 없는 조율능력이다. 경기 시작 때나 종료가 임박해서나, 이기고 있을 때나 지고 있을 때의 기복이 크지 않는 침착한 운영이 돋보인다. 전체적으로 공격수들을 활용하는 이타적인 플레이에 많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하대성이 보여주고 있는 것의 반대쪽은 약하다는 지적도 따른다. 즉, 과감한 공격전개나 필요할 때 본인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이기적인 움직임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보완이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중거리 슈팅 등 자신의 공격가담은 보다 늘어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본인 스스로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꽤 정확한 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슈팅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겸손함으로 미뤄왔던 것이 조금씩 굳어지는 경향도 있다. 큰 틀에서는 유지하되 어느 정도는 깰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소집전 마지막 K리그 경기였던 지난 10일 인천전에서의 과감한 중거리 포는 고무적이다. 당시 경기에서 하대성은 1-1로 비기고 있던 전반 40분, 꽤나 먼 거리에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해 인천의 골망을 갈랐다. 하대성에게 필요했던 장면이다.
데얀과 몰리나 등 워낙 좋은 공격수들이 많은 FC서울에서는 이타적인 플레이가 어울렸으나 현재 홍명보호에서는 스스로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전방 공격수들의 결정력 부족이 도마에 오르는 상황에서 홍명보 감독은 “공격수들의 유기적인 플레이로의 득점”을
맨유의 박지성도 이타적 플레이에 대한 후한 평가 속에서도 이기적 플레이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비중까지 뒤집을 필요는 없으나 ‘가미’는 필요하다. ‘이타’가 미덕이던 하대성의 ‘이기적’인 면을 테스트할 수 있는 페루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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