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나영 기자]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였다. ‘제2의 전성기’를 이끈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를 만난 것은 연기 변신에 대한 갈망이 최고조로 달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1996년 SBS 드라마 ‘천일야화’로 데뷔한 정웅인은 ‘세친구’ ‘두사부일체’로 연이어 히트를 쳤지만 코믹한 이미지가 굳혀져 국한된 캐릭터를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에 가득했다.
‘너목들’에서 박수하(이종석 분)의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으로, 교통사고로 위장해 과실치사로 풀려날 상황에서 장혜성(이보영 분)의 증언으로 10년형을 받은 인물 민준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정웅인은 요즘 데뷔 이래 가장 핫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촬영이 들어가기 전 급하게 캐스팅 된 정웅인은 단 1회만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18회까지 등장, 주인공으로 오해를 살 만큼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극 중 민준국의 대사인 ‘꼬마야, 여기 먹물 먹은 병신들은 다 내편이 것 같구나.’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 얘기하면 죽일 거야. 네 말을 들은 사람도 죽일 거야’ ‘I'll be there’ 등은 유행어처럼 번지며 KBS2 ‘개그콘서트’에서도 패러디 될 만큼 높은 그의 인기를 입증시켰다.
사진= 이선화 기자 |
코믹한 배우 혹은 개그맨으로 인식됐던 정웅인, 이제는 웃기만 해도 그의 모습이 무섭게 보일 만큼 ‘너목들’ 속 민준국의 이미지가 강렬하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서울 정도로 악랄한 악역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일단 ‘정웅인도 저런 이미지의 옷이 어울리는 구나’라는 평을 받으며 기존의 코믹한 이미지가 희석돼 기분이 좋다. 악역에 캐스팅 되기 전, ‘왜 악역으로 나를 캐스팅 하지 않는 걸까?’라는 생각을 한 적 있다. 대학교 때 무표정으로 있으면 후배들이 말도 못 걸었을 정도였고, 내 자신도 나의 무표정이 무섭다고 생각했으니까. (웃음) 이번 역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다. 대사 자체도 셌기 때문에 굳이 악인처럼 하지 않더라도 세게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판단에 맡겨 대사에 음율을 주던가, 표정을 오히려 여유롭게 짓던가 소소하고 세세한 디테일은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사진= 이선화 기자 |
“애기들이 숨고 힘들어하더라. 그래서 딸 아이에게 ‘피는 설탕물로 만든 달달한 액체고, 아빠가 (그 액체를) 입에 물고 있다가 뱉는 거야’라고 설명했다. 쇠파이프도 가짜라고 설명했더니 딸 아이가 이해하고 환하게 웃더라. 또 그걸 유치원가서 친구들에게 설명해준다고 하더라 (웃음)”
이런 예쁜 자녀들을 보면 많은 작품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정웅인, 하지만 그는 돈이 없더라도 좋은 작품을 선택하고자하는 연기에 욕심많은 배우다.
“통장의 잔고가 바닥이 나 대출을 받아야하는 상황도 있었다. ‘연기만 하면 안 되는 건가’라고 느낄 때, 작품이 들어온다. 무작정 그 드라마에 출연해야하지만 나는 와이프와 함께 고민을 한다. 와이프는 나에게 원치 않은 작품이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다독여준다. 혼자 곰곰이 생각하던 중 자녀를 보면 작품을 해야된다는 마음이 굴뚝같지만 (작품이 좋지 않으면) 소신있게 거절한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너목들’이라는 좋은 작품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연기에 대해 멈추지 않고 이야기를 하던 정웅인, 그는 ‘너목들’ 속 박수하처럼 초능력자가 될 수 있다면 미래의 연기 트렌드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미리 연기 트렌드를 안다면 연기하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 때문이다. 초능력이 없는 정웅인은 대신 항상 영화와 잡지, 드라마
“‘너목들’을 통해 정웅인이라는 배우가 연기력을 인정받아서 기분이 정말 좋다. ‘연기 개 쩔어’ ‘연말에 상 줘라. 안 주면 죽일거다’라는 댓글일 계속 달릴 수 있도록 좋은 작품에서 멋진 모습을 계속해 보여줄 것이며 노력할 것이다”
김나영 기자 kny818@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