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최고 배우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지난 4년간 ‘꿈의 무대’라 불리는 할리우드에 진출, 영화 ‘지.아이.조’와 ‘지.아이.조2’, ‘레드: 더 레전드’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이병헌은 대중의 시선이 호불호로 양분되는 배우다. 여러 가지 루머를 양산한 그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또 인터뷰를 통해 해명했다. 이제는 불호보다 호 쪽으로 기울었다. 물론 여전히 그를 싫어하는 이도 있겠지만, 이날 방송을 통해 그를 싫어해도 최소 인정해야 할 만한 두 가지가 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이병헌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는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일본에서도 상당한 인기다. 결론적으로 그가 ‘지.아이.조’에 참여하게 된 것도 일본에서 보여준 그의 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는 많은 것을 내려놓고 할리우드로 향했다.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뒤로하고 한국도 아니고 일본도 아닌 미국으로 갔다.
당연하게도, 신인일 수밖에 없는 그는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배우며 할리우드에 동화되기 위해 힘썼다.
이병헌은 방송에서 “처음 할리우드에 와서 촬영 전 의상을 맞춰보고, 내가 쓸 무기들을 보고서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자칫 잘못하면 여기서 지금까지 쌓아올린 나의 연기 세계 혹은, 경력을 한순간에 다 망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박수를 받든, 손가락질을 받든 어차피 내가 한 선택이니까 죽기 살기로 최선을 다해보자고 굳게 다짐했다”고 밝혔다.
연기와 발음, 감정 등을 지적받은 이병헌은 몇 번씩 똑같은 대사를 되풀이해야 했다. 편안하지 않은 삶을 택한 그는 이어 ‘지.아이.조2’와 ‘레드: 더 레전드’에도 캐스팅됐다. 로맨틱 코미디나 공포영화 등에도 섭외 요청이 들어오며 연기 영역을 확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건 그가 시나리오상에 자신이 맡은 역할의 국적을 한국으로 바꿔 달라고 한 점이다. 감독 예술이라고 하는 영화에서 배우가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말도 꺼내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아이.조’의 스톰 섀도우 국적을 일본인에서 한국인으로, ‘레드: 더 레전드’의 한 국적을 중국인에서 한국인으로 바꿨다.
방송에서는 이병헌이 ‘레드: 더 레전드’를 연출한 딘 패리소트 감독의 집을 방문해 영화 이야기를 하며 시나리오 속 인물의 국적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는 장면이 담겨 눈길을 끌었다.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쾌하게 얘기하는 그를 한국인이라면 자랑스러워하지 않았을까.
‘SBS 스페셜’ 제작진이 살펴본 그의 할리우드 내 인지도는 여전히 높지 않았다. 조연으로 몇 편 되지 않는 영화에 출연한 그는 할리우드에서 작은 일을 하고 있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길이 될 수도 있고, 하나의 답안이 될 수도 있다”는 BH엔터테인먼트의 손석우 대표의 말처럼 그를 응원하는 이들이 많아질 것만 같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