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의 연애 카운슬러를 자청하는 솔로 남녀들의 비애를 “외롭지만 슬프지 않게” 노래한 그룹 써니힐은 연일 “연애하고 싶다”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한편으론 ‘만인의 연인’이 된 요즘을 즐겁기만 하다.
자칭 ‘시한부 걸그룹’으로 활동 중인 이들은 올 가을, 청일점 멤버 장현의 군 전역을 앞두고 걸그룹으로서의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4인조 여성 그룹의 외형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조그만 변화들은 전작 ‘굿바이 투 로맨스’, ‘두근두근’ 등을 거쳐 최근 발매된 세 번째 미니앨범 ‘Young Folk’(영 포크)에서 정점을 찍었다. 타이틀곡 ‘만인의 연인’을 비롯해 ‘순정만화’, ‘시트콤’ 등 다수가 이전에 비해 ‘샤랄라’ 해졌다.
말랑말랑해진 음악만큼이나 무대 의상, 컨셉도 확 달라졌다. 과장을 조금 보태 “갈비뼈가 접힐 정도로” 타이트한 의상에 숨 쉬기 힘들 정도지만 그게 대수이랴. 쩍벌춤도 마다하지 않고 와일드하던 모습으로 무대를 장악하던 이들은 어느 때보다 사랑스런 매력으로 무대를 핑크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완전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우리는 시한부 걸그룹의 숙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웃음)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쏟고 있죠.”(미성)
“하지만 우리보다 귀여운 친구들이 비슷한 컨셉으로 올라오면 헉 할 때도 있어요.”(승아) “지난 번엔 드라이리허설을 끝마치고 나니 바로 뒤에 올라오는 팀이 에이핑크더라고요. 좀 난감하긴 했어요.”(미성) “그래도 우린 신나는 것이고, 귀여운 건 아닌데 귀엽게 봐주신다니 호호.”(주비)
‘베짱이 찬가’, ‘미드나잇 서커스’, ‘두근두근’, ‘백마는 오고 있는가’, ‘굿바이 투 로맨스’ 등 내놓는 곡들마다 음원 차트에서 맹위를 떨친 써니힐은 다른 어떤 것보다 음악으로써 대중과 친근한 팀이다.
하지만 5인조로 재편한 지도 어느새 3년이나 된 만큼, 이제는 음악뿐 아니라 멤버 개개인으로도 가까워지고 싶다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기존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지금까진 주위 분들도 저희에게 쉽게 다가오지 못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도 점점 부드러운 이미지의 음악을 들려드리다 보니 친근하게 봐주시는 듯 합니다. 대중성을 음악에도 가미하다 보니 예뻐졌다는 소리도 듣고(웃음), 이젠 멤버 개개인을 찾아보려 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일례로 인터뷰 전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괴력의 팔씨름 여왕으로 등극한 주비 덕분에 써니힐은 검색어 1위를 제대로 찍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자그마치 데뷔 6년 만의 일이다.
셀 수 없이 많은 가수들 속에서 조금은 느린 행보가 아닌가 싶지만 이들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무엇보다 가요계 내로라는 ‘라이브 강자’로 소문난 이들이지만 정작 마음에 쏙 들 정도로 만족스러운 라이브 무대는 아직까지 없다고 했다.
“솔직히 우리 스스로 만족스러운 라이브는 해본 적이 아직 없어요. 아쉬울 때가 많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라이브를 잘 한다고 생각해주시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들고요. 그런데 음이탈 나올까봐 부담 돼요.(웃음)”
데뷔 연차로는 어느새 6년차, 특히 요즘 보기 드문 혼성 그룹이지만 스스로 “아직은 풋풋하다”는 써니힐. “아직 보여줄 게 많다”는 이들의 최종 목표는 가요계 ‘써니힐 장르’를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다양한 음악을 시도해왔는데, 그 길의 목표는 ‘써니힐 장르’를 만들자는 것이에요. 락이든 힙합이든 폴카든 써니힐이 하면 독특하고 특별해지는, 그런 써니힐만의 영역을 만들고 싶습니다.”(미성)
차근차근 한 발짝씩 목표에 다가가는 써니힐의 행보는 대중에 앞서 동료 뮤지션, 음악 관계자들이 한 발 더 먼저 알아보고 있다. 클래지의 ‘섹시 돌’, 데이브레이크의 ‘들었다놨다’, 이번 타이틀곡 ‘만인의 연인’에 하림이 참여하는 등 쟁쟁한 가수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비롯해 각종 OST 러브콜도 끊이지 않는 이유다.
쏟아지는 러브콜의 비결이 무엇인지, 자화자찬을 해보라 멍석을 깔아주자 쑥스러워하면서도 이내 “지금 우리가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다부지게 말한다. “아 이런 독특한 친구들이 있구나, 이들과 함께 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궁금하시기 때문에 러브콜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들은 한 인터뷰에서 스스로 ‘프리즘’에 비유했다. “우리의 어떤 면을 비추느냐에 따라 다양한 색이 나올 수 있을 것이란 의미에서 프리즘이라고 생각해봤어요. 써니힐 다섯 명 모두, 빛을 비출수록 다른 색이 나오는 거죠. 다섯 명의 컬러가 다 다르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미성)
어디 그뿐인가. 빛깔 좋은 떡은 먹기도 좋다 했다. “우리 음악은 뷔페에요. 뷔페 식당은 한 가지 특출나게 맛있다고 소문난 건 아니어도, 다양한 걸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까요. 대중들이 써니힐이라는 음악 안에 들어있는 다양한 매력을 즐길 수 있도록 더 많은 시도와 노력을 통해 즐거움을 드리겠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