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지난해 야구장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던 인윤정 (전)XTM 아나운서(이하 직함생략). ‘미소 천사’란 별명답게 야구장에 긍정 바이러스를 퍼뜨렸던 그녀가 사라졌다.
짧았던 야구와의 인연을 뒤고 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는 인윤정.
“나에게 야구란 애물단지다”라고 거침없이 말한 인윤정은 이제 평범한 야구팬으로 돌아갔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항상 미소를 짓는 인윤정은 야구장에 긍정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미소 천사"란 별명을 얻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올 시즌 프로야구 시범경기 중 XTM은 인윤정에게 재계약을 요구했다. 그러나 인윤정은 사양했다. 보다 폭넓은 방송 경험을 원했기 때문이다.
인윤정은 “지난 시즌 종료 후 겨울부터 마음을 정리했다. 내가 했던 방송을 다시 되돌아보며 앞으로 어디에 중심을 두고 살아야할지 고민했다. 그 동안 내가 젊을 때만 방송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오랫동안 방송을 하며 야구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방송을 하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XTM에 복귀하지 않은 3개월은 인윤정에게 또 다른 도전기였다. “내실을 채우고 마음을 다져 가치관을 정립한 시기였다”고 밝힌 인윤정은 아나운서에서 프로야구 캐스터로 변신해 개그맨 이봉원, 이정기 아나운서와 함께 일주일에 한 번 한화 이글스 편파방송을 중계했다.
인윤정은 “지난해에는 야구를 글로 배웠다면 올해는 중계를 통해 보는 시각을 넓혔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번 여름 개편으로 캐스터로서의 길도 마침표를 찍었다.
대신 원했던 일들이 하나씩 이루어지고 있다. 분야를 넓혀 7월 1일부터 SBS-TV 모닝와이드 ‘인터넷 톡톡’ 코너를 진행하게 됐다.
방송 분야를 넓히고 싶었던 인윤정은 지난 겨울부터 새로운 길에 도전했다. 앞으로 다양한 방송을 통해 만날 인윤정의 모습에 기대한다. 사진=김영구 기자 |
지난해 인윤정은 XTM 프로야구 전문 방송 ‘Wanna B’를 진행했다. 그러나 ‘베테랑’ 공서영의 이직 이후 그라운드를 돌며 수훈선수 인터뷰에 집중했다.
항간에는 공서영의 영향력에 밀렸다는 말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인윤정은 “내가 못해서 빠진 것이다”며 한 마디로 잘라 말했다. “오기에 앞서 마음먹은 대로 잘하지 못했다. 아직 MC는 내 옷이 아닌 느낌이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시즌 후반기가 돼서야 방송패턴을 깨달았다는 인윤정이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인윤정은 “처음에는 내 자신이 답답해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억울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가끔 지난해에 진행했던 ‘Wanna B’ 대본을 본다는 인윤정은 색색의 펜들로 메모한 것들을 보면 “이 정도로 몰랐구나”라며 추억했다. 부족했던 면이 많아 당연한 결과였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다.
당시 인윤정은 4명의 신입 아나운서와 함께 채용됐다. 첫 컨셉은 '섹시'였다. 야구 지식은 부족한데 외모에만 신경을 쓴다며 야구팬들에게 호된 질타를 받았다.
인윤정은 “댓글에 상처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경을 안 쓰게 됐다. 언젠가 실력이 나아지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또 악성댓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간혹 도움이 되는 뼈 같은 댓글도 있었다”며 “너무 일찍 그 자리에 갔다. 우린 너무 초짜였다”고 자신을 되돌아 봤다.
“요즘 야구팬들은 전문가다. 아무 것도 모르고 뛰어들어 너무 힘들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새로운 스타일의 야구 아나운서였다. 끊임없이 공부를 요했다. 아직도 야구가 어렵다는 인윤정은 팬의 입장으로 돌아가 ‘배우면서 본다’는 시각을 가지고 공부했다.
“나는 슬로 스타터다. 일 뿐 아니라 사람을 사귀는 데에서도 모든지 조금씩 늦다. 하지만 ‘내 사람이다’란 생각이 들면 완전히 마음을 열어 오래 사귀는 스타일이다. 나에게 있어 야구 역시 ‘내 사람’이다”고 말했다.
인윤정은 야구 아나운서 경험을 통해 쌓은 지식 덕분에 ‘매력적이다’라는 말도 들었다. “아는 만큼 보이더라"며 즐거워했다. 사진=김영구기자 |
야구를 꾸준히 보고 있다는 인윤정이다. 그러나 수훈선수 인터뷰는 보지 않는다. 미련이 남을까봐서다.
인윤정은 “인생에서 큰 결정을 하고 나온 것이다. 다른 아나운서의 인터뷰를 보면 ‘나라면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미련이 남을 것 같았다”며 자신의 감정을 조절했다.
가끔 야구장을 찾는다. 그라운드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진 좌석에 앉아 관람한다. 인윤정은 “나를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어디에 앉아서 보느냐에 따라 느끼는 재미도 다르다. 맨 꼭데기에서 보면 그라운드가 한 눈에 보여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고 설명했다.
야구 아나운서 시절에 쌓은 지식 덕분에 ‘매력적이다’라는 말도 들었다. “하루는 야구를 잘 모르는 친구와 야구장에 갔다. 야구 룰을 잘 모르는 친구에게 열심히 설명해줬다. 옆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이 ‘어떻게 그리 잘 아느냐,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칭찬을 받으니 설명해주는 것도 재미있었고 뿌듯했다”며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체험했다”고 웃었다.
야구를 ‘애물단지’라고 정의한 인유정은 “버릴 수도 없고 귀한데 얄밉다. 지난해 너무 힘들었던 것도 야구장에서 겪었기 때문에 미울 법도 한데 계속 찾게 된다”며 텅 빈 그라운드를 둘러봤다. 사진=김영구 기자 |
야구장에서 1년을 보냈다. 인윤정은 짧으면서도 어쩜 길었던 시간을 야구장에서 보내며 희로애락을 겪었다. 야구장에 익숙해진 인윤정은 평소에도 높은 굽의 구두보다 운동화를 즐겨 신게 됐다. 수훈선수 인터뷰를 위해 그라운드에 출입했던 습관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다.
인윤정은 “아나운서가 연예인화된 것 같다. 예쁘기도 한데 열심히 하는 아나운서가 외모로만 평가받는 것 같아 속상하다. 실력으로도 평가해줬으면 좋겠다”며 “대부분의 아나운서들은 열심히 하고 있다. 간혹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는 몇몇 때문에 같이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것이 속상하다”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야구장을
야구를 ‘애물단지’라고 정의한 이유에 대해선 “버릴 수도 없고 귀한데 얄밉다. 지난해 너무 힘들었던 것도 야구장에서 겪었기 때문에 미울 법도 한데 계속 찾게 된다”며 텅 빈 그라운드를 둘러봤다.
[gioia@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