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어색해도 대중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로코퀸이었다. 자신의 선택이기도 하다. 로맨틱 코미디 출연 제의가 많이 들어왔지만, 선택을 한 것도 그 자신이다. 이시영을 현재 위치에 있게 해준 작품들이기도 하다.
로코퀸의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예고살인’을 선택한 걸까. 이시영은 “호러라는 장르 때문에 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줄곧 로맨틱 코미디만 들어오는데 정극을 하고 싶었어요. 웃지 않는 연기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었는데 마침 이 시나리오를 받게 된 거죠.”
이시영은 전작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와 ‘예고살인’을 비슷한 시기에 출연 결정했다. 새롭다는 이미지가 컸다. 앞서 ‘남자사용설명서’는 평단과 언론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이 되진 않았다. “극장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아쉬움을 토로한 그는 조심스럽게 “이번에는 기회가 많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시영은 ‘남자사용설명서’보다 ‘예고살인’이 조금은 연기하기 수월했다고 회상했다. 만족한 장면도 많다. 초반 편집장 서미숙(김도영)이 죽는 신을 꼽으면 “진짜 잔인한 장면을 실사로 찍으면 촌스러울 수 있는데 웹툰으로 돌려 잘 살렸다”며 “감독님이 신경을 정말 많이 쓰신 것 같다”고 좋아했다.
영화는 인기 웹툰 작가의 웹툰과 똑같은 살인 사건이 실제로 벌어지면서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나 관객을 몰입시키는 작품이다. 어렸을 때 만화광이었음을 밝힌 그는 “연기를 할 때 만화를 봤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며 “만화를 보면 상상력 부분에서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도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인데 만화가들은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놀랐다. 재밌는 것도 그렇고 잔인한 것도 그렇고, 상상할 수 있는 폭이 넓어 너무 신기하더라”고 기억했다.
호러 만화는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는 이시영. 극 중 지윤과는 다르다. 하지만 지윤과 비슷하게 가위는 자주 눌렸단다. 가위를 눌린다는 건 심신이 약하다는 건데 복싱 국가대표가 된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가위를 눌리면 그렇다는 건가요? 전 컨디션이 안 좋거나 속상한 날 자주 그렇거든요.”(웃음)
복싱도 마찬가지다.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그는 “메인 종목이 아니지만 그래도 무척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웃었다. 당연히 “연기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그는 “현실적으로 복싱을 하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애착이 가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시영은 ‘예고살인’에서 호흡을 맞춘 선배 엄기준을 향한 존경심도 내비쳤다.
“선배가 연기하는데 피해 주지 말자는 생각이었죠. 워낙 작품도 많이 하시고 잘하시는 배우잖아요. 상대 배우들은 서로 느껴요. 이렇게 챙길 수도 있고, 또 자기 것은 저렇게도 챙겨갈 수도 있구나 하죠. 선배가 나를 생각할 때 리듬이 깨진다거나 연기에 방해되고 싶지 않았어요. 특히 선배와 신을 맞출 때는 더 외우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긴장도 많이 했죠.”(웃음)
이시영은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하는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여전히 로맨틱 코미디물에만 섭외가 많이 들어오는데 이번 작품이 잘 돼 나에게도 기회의 장이 넓어지면 좋겠다”며 “나만 잘하면 그렇게 될 것 같은데 어떻게 될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