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프로야구는 지금 ‘LG 신드롬’이다. LG 트윈스의 올스타 투표 웨스턴리그 싹쓸이(2차 중간집계)를 누가 예상이나 했던가. 판타스틱한 경기력에 그동안 숨죽인 팬들이 들고 일어난 결과다. 38일의 고공비행을 마친 LG가 24일부터 달콤한 휴식기를 갖는다.
LG는 최대 위기가 될 수 있었던 38일(5월17일~6월23일) 동안 최상의 성적을 냈다. 기대 이상의 엄청난 성과다. 휴식기 없이 33경기, 11차례 3연전을 치르면서 22승9패, 9연속 위닝시리즈를 장식했다. 7위에 머물며 어두운 그림자가 내려앉았던 LG에 ‘신바람 야구’가 덧칠되며 24일 현재 36승27패로 단독 3위에 안착했다. 단독 선두 삼성(35승22패2무)과 불과 2경기차다.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38일 동안의 9연속 위닝시리즈를 잠시 접고 24일부터 나흘 동안 휴식기에 들어가 숨을 고른다. 사진=MK스포츠 DB |
LG는 시즌 내내 팀 순위와 상관 없이 팀 투수와 타자 성적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다. 팀 성적이 7위일 때도 2위까지 치고 올라갔을 때도 투타의 성적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강팀의 조건인 셈이다.
LG는 23일까지 63경기를 치른 결과 팀 평균자책점 3.59를 기록하며 전체 1위에 올라있고,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도 1.33으로 삼성(1.28)에 이어 2위에 랭크됐다. 특히 19세이브 41홀드로 압도적인 불펜을 자랑하고 있다.
타선도 마운드에 뒤지지 않는다. LG의 돌풍을 살펴보면 밑거름은 마운드가 다지고 신바람은 방망이가 일으켰다. 팀 타율 0.280으로 두산(0.286)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다. 홈런은 31개로 많지 않지만, 6월에 몰아친 홈런만 절반에 가까운 15개다. 중심타선에 집중된 것이 아닌 상하위 타선 가리지 않고 12명의 타자들이 홈런을 신고했다.
또 3루타는 21개로 전체 1위에 올라있다. 특히 달라진 것은 팀 야구다. 득점권 타율 0.285(4위)를 기록하면서 병살 횟수는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은 31개에 불과하다. 최하위 한화(62개)보다 절반이 적고, 두산(53개)과 비교해도 22개나 차이가 난다.
LG의 반등 이유는 또 있다. 공격력 뿐 아니라 수비력이 일취월장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LG의 가장 큰 과제이기도 했다. LG에서 더 이상 내야 구멍은 찾아볼 수 없다. 포수 현재윤과 2루수 손주인의 합류로 확실한 안정을 찾은데 이어 유격수 오지환, 1루수 김용의와 문선재, 3루수 정성훈과 권용관, 백업 포수 윤요섭까지 수비의 안정화가 뚜렷하다. 내야 뿐 아니라 외야에서도 4번타자로 자리잡은 정의윤이 수비에서도 베테랑 외야수들의 든든한 지원을 해주고 있다. 상승세 기간 동안 수비 실책이 가장 적었기 때문에 기적같은 반등이 가능했다.
LG는 이제 페넌트레이스 반환점 앞에 섰다. 이번 나흘간의 휴식기는 자체적으로 전반기를 마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전반기 최대 소득은 자신감이다. LG는 8개 구단을 상대로 오직 막내 NC에 3승5패로 약했다. 하지만 8위에 머물고 있는 NC는 사실상 4강권과 거리가 있다. 어떤 팀을 만나도 맞짱 승부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아직 안심은 이르다. 4강권 경쟁은 치열하다. 휴식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11년 만에 가을야구로 향하는 정거장이 될 수 있다.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올 시즌 특히 업&다운이 심하다. 자칫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LG 신드롬’은 여전히 위험한 경계선에 맞닿아 있다.
LG의 최대 관건은 페이스 유지다. 자신감이 자만으로 바뀌는 순간 기본부터 흐트러질 수 있다. LG는 이번 휴식기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나흘 중 이틀은 징검다리로 팀 훈련을 갖는다.
LG 구단 관계자는 “지난 휴식기에도 자유시간에 구리까지 와서 훈련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잠실이 비어있기 때문에 팀 훈련이 아니더라도 일부 선수들이 또 자율적으로 나와서 훈련을 할 것 같다”면서도 “대구에서도 많이 지쳐보였기 때문에 쉬는 날에는 좀 편하게 쉬는 것도 좋을 텐데”라고 기분 좋은 푸념을 늘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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