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데뷔 7년차. 대한민국에 ‘걸그룹 시대’를 연 장본인, 소녀시대의 귀엽고 풋풋하던 모습은 이젠 성숙함과 노련함으로 대체됐다. 하지만 “영원히 소녀이고 싶다”는 수줍은 바람을 전한 이들이 왜 여전히 핑크빛 ‘소녀시대’인가는, 바로 무대 위에서 증명됐다.
이틀간 소녀시대가 불러 모은 관객은 모두 2만 여 명. 그것도 1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이었다. 특히 선 굵은 우렁찬 ‘떼창’이 증명하듯, 이번 공연을 찾은 남녀 성비는 6:4 정도로 남성이 우세했다.
여가수의 공연이라도 객석의 상당수가 여성으로 채워지는 대부분의 공연을 떠올렸을 때, 단독 콘서트로 회당 1만 석을 거뜬히 채운 소녀시대에 대한 ‘삼촌팬’들의 높은 충성도는 그야말로 ‘甲’이었다. 이들은 “함께 노래 불러 달라”는 멤버들의 주문에 ‘진짜 사나이’가 돼, 완벽한 떼창으로 화답했다.
국내 공연은 2년 만이었지만 그간 많은 공연을 통해 쌓아온 소녀시대의 내공은 역시 군더더기 없이 완벽했다. 멤버들의 퍼포먼스가 그대로 옮겨진 홀로그램 영상 또한 보는 재미를 더했다. 공연 중간에는 지름 3.6m, 높이 1.8m에 달하는 대형 케이크가 등장, 특유의 달콤함을 배가시켰다.
선곡도 다양해졌다. ‘세이 예스’ ‘미스터 택시’ ‘댄싱 퀸’ ‘런 데빌 런’ ‘키싱 유’ ‘힘내’ ‘지’ ‘오’ '소원을 말해봐‘ 등 국내 히트곡뿐 아니라 ‘T.O.P’ ‘플라워 파워’ ‘파파라치’ ‘아임 어 다이아몬드’ ‘리플렉션’ 등 일본 발표곡 무대가 대거 포함됐다.
앙코르 무대에서는 오는 19일 일본 발매 예정인 신곡 ‘러브 앤 걸스’ 첫 무대도 선보였으며, 태티서(태연 티파니 서현) 3인조 아닌 아홉 명의 ‘트윈클’ 무대를 선보여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분위기가 무르익어가자 때를 놓치지 않고 관객들을 전원 기립시키는 선곡도 탁월했다. ‘캔트 테이크 마이 아이즈 오프 유’에 맞춰 무대를 휘저으며 팬들과 호흡하더니 본 공연 마지막 곡 ‘지’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기자회견에서 자평했듯이 6년 넘게 활동하다 보니 어느 정도 요령도 생겼고, 노련해진 무대 매너가 몸에 밴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결코 변하지 않은 것은 무대에 대한 열정, 그리고 순수함이었다.
비록 ‘어리다고 놀리지 말라’며 ‘수줍어서 말도 못 하던’ 나이는 지났지만, 앙코르 무대에서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던 이들이 지치지 않고 더 없이 에너지를 폭발시킬 수 있던 것은 그들의 처음부터 함께 해 준 팬들과 함께 ‘처음’을 교감했기 때문이리라.
공연 말미 소녀시대는 “콘서트 할 때마다 생각하지만 ‘이게 마지막 공연이면 어떡하나’ 생각한다”며 “오늘이 마지막인 것 마냥 최선을 다해서 공연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2년 동안 기다려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지금 이 순간 우리 9명과 팬들이 함께 하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공연의 감격을 전했다.
걸그룹 홍수에도 결코 ‘갈아타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소녀들을 사랑해주는 의리있는 소녀시대의 팬들. ‘우리 오래 가자’는 카드 섹션으로 소녀들을 울린 팬들 역시 ‘영원한 오빠’ 그리고 ‘영원한 삼촌’이다.
월드투어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녀시대는 7월 대만 공연을 시작으로 아시아 전역 및 미주, 남미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월드투어를 이어간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S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