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드랑이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는 '겨내', 셔츠를 흠뻑 적실 정도의 겨드랑이 땀은 '겨땀'. 바로 액취증을 가르키는 용어다. 최근 날씨가 풀리면서 겨드랑이에서 악취를 동반한 땀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대인관계까지 조심스럽게 만드는 액취증,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지 알아본다.
◆ 액취증, 사춘기에 많이 발생
액취증(Osmidrosis)은 그리스어로 '불쾌한 냄새'를 뜻하는 'Bromos'라는 단어와 '땀'을 뜻하는 'Hidros'의 복합어다. 한 마디로 '악취 나는 땀'이란 뜻이다.
땀을 분비하는 땀샘은 크게 에크린땀샘과 아포크린땀샘으로 나뉜다. 이중 악취를 풍기는 것은 아포크린땀샘으로, 일반인보다 아포크린땀샘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액취증에 시달리게 된다. 아포크린땀샘은 흔히 겨드랑이 밑이나 젖꼭지, 외음부, 항문 주위에 많이 분포돼 있다.
이 아포크린땀샘에서 나오는 땀 분비물 자체는 냄새가 없으나 그 분비물 속에 포함돼 있는 특수한 단백 물질이 피부에 있는 세균과 만나 2~3시간 동안 부패하면서 지독한 냄새를 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백 명에 다섯 명 정도가 심한 액취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다소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개 마른 사람보다는 뚱뚱한 사람에게 많으며 가족력이 강한 유전적 질환이기 때문에 가족 내 발생률이 70~80%로 높다.
시기적으로 볼 때 액취증은 아포크린땀샘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는 사춘기에 많이 발생한다. 아포크린 땀샘은 사춘기부터 노령기 사이에만 활성화되기 때문에 어린이나 노인에게는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액취증은 폐경 이후의 여성에게서도 나타나지 않는다.
◆ 겨드랑이 털 짧게 깎으면 도움
액취증이 있다고 해서 특별히 건강에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냄새 때문에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문제가 있다. 액취증으로 고민하는 환자들 중에는 주변 사람과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스스로 위축감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은 샤워를 자주 하고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으며 속내의를 자주 갈아입는 정도다. 특히 겨드랑이에 털이 많으면 아무리 자주 씻어도 악취를 막을 수 없으므로 반드시 겨드랑이 털을 짧게 깎고 파우더를 뿌려 건조하게 해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땀이 나지 않게 만드는 약물을 복용하는 방법도 있으나 침이 나오지 않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노영석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소독제나 항생제를 바르는 것도 일시적으로 증상 완화를 돕지만 일시적인 효과만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증상이 심하거나 근본적인 치료를 원하는 경우엔 레이저 등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데오드란트, 제모제와 함께 사용 말아야
데오드란트를 바르거나 뿌리는 것도 겨드랑이 냄새를 없애는 간편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땀 냄새뿐만 아니라 분비량 자체를 줄여주는 제품도 있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
이러한 데오드란트를 반복해 사용하면 자극성 피부염이 생기거나 갈색 색소 침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제모제와 함께 사용하면 제모제로 인해 손상된 피부에 심한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일단 데오드란트를 사용하기 전에 피부를 깨끗하게 닦아내고 충분히 말리는 것이 좋다. 또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 데오드란트를 바르고 나서 언제 씻어내야 하는지, 사용 횟수나 양은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는 피부과를 방문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 레이저·절연침·수술 등으로 영구 치료
레이저 치료는 상처를 남기지 않기 때문에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다. 겨드랑이 털의 뿌리 근처에 있는 땀샘을 향해 레이저 광선을 쏘아 땀샘을 파괴시키는 것이 원리다. 한 번의 치료로 없어지는 땀샘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시술을 두 세 차례 반복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요즘에는 절연침을 이용한 아포크린선 파괴법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시술법은 먼저 제모 레이저를 이용해 모근을 영구히 제거한 후 절연침으로 피부 손상 없이 모근과 땀샘만 파괴하는 방법이다. 흉터가 남지 않고 통증이 거의 없으며 시술 직후 목욕이나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시술시간은 약 30~40분 정도다.
수술을 통해 액취증을 영구적으로 치료할 수도 있다. 수술 중에는 털을 포함한 겨드랑이 피부를 도려낸 후 봉합하는 방법도 있으나 나중에 흉터가 많이 남으므로 최근에는 이 같은 방식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겨드랑이에 조그만 절개를 가해 그 속으로 기계를 넣어 땀샘 주위를 깎아 내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수술자가 수술 부위를 직접 확인할 수 없어 땀샘의 제거가 불완전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심우영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피부과 교수는 "아포크린 땀샘은 모낭보다 피부 표면에 더 가까이 존재하므로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땀샘을 제거하는 것이 더 완전한 수술법"이라고 설명했다.
눈으로 보면서 제거하기 위해서는 겨드랑이의 주름을 따라 4~7cm 정도로 두 개의 절개선을 내어 피부를 얇게 들어 올린 다음 땀샘을
박용준 을지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수술 후 피부 손상을 막기 위해 고정 기간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 시기에는 심한 운동을 삼가고 어깨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진 매경헬스 [sujinpen@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