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이 심플해지고 있다.
이미 예능 판도는 리얼 버라이어티로 획일화된 지 오래다. 하지만 ‘리얼’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도처에서 카메라가 돌아가고, 준비된 대본 안에서 조미료 섞인 억지 웃음을 줬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SBS ‘패밀리가 떴다’ 대본 논란 사건은 예능 흐름을 바꾸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당시 리얼 버라이어티임에도 불구, 디테일한 상황 연출이 담긴 대본이 대중에게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제작진은 항변했고, 시청자들은 리얼 버라이어티에 대한 회의감에 빠졌다. 결국 자연주의 웃음을 표방한 리얼 버라이어티의 한계에 부딪혔던 것일까.
최근 등장한 예능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순수’다. 이는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말 대신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불린다. 이들 프로그램의 특징은 제작진의 개입이 최소화 됐다는 점이다. 출연진들의 모습을 담기 위한 카메라 몇 대만을 설치하면 그걸로 1차적인 촬영 준비가 끝난다.
두 프로그램을 즐겨본다는 회사원 A씨(26)는 “출연진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는 게 편해서 좋다”며 “리얼 버라이어티에 대한 불신이 있다. 지나치게 웃긴 장면은 왠지 연출된 것 같아 잘 안 웃게 된다. 최근 관찰 형태의 프로그램은 큰 웃음은 없지만 소소한 재미가 있어 집중하게 된다”고 해당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이유를 밝혔다.
‘아빠! 어디가?’ 역시 대본은 존재한다. 해당 대본은 프로그램 중 진행될 게임에 대한 설명과 담당 김유곤 PD의 멘트가 전부다. 이에 대해 김유곤 PD는 “첫 방송 촬영 당시 아이들이 대본대로 따라오지 않더라”라며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다보니 자연스레 대본을 염두 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미료를 빼니 재료 본연의 맛이 풍부해졌다. 김유곤 PD의 빠른 포기(?)는 프로그램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이는 앞으로 등장할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같은 예능 프로그램의 변화는 시청자들의 니즈와 결부돼 있다고 할 수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 등의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당분간 자연주의를 표방한 예능 프로그램이 더 등장할 것으로 짐작된다. 인공 조미료보다 재료 본연의 맛이 더 좋다는 것을 시청자들 또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과 함께 시작된 관찰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염은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