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수원, 수원과 서울의 시즌 첫 슈퍼매치에서 양 팀이 1골씩 주고받으면서 승점 1점씩을 나눠가졌다. 이날 차두리는 오른쪽 측면수비수로 깜짝 선발로 투입되면서 풀타임을 소화, 공백을 무색케 하는 건강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비록 종료 3분을 남기고 라돈치치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팀은 승리를 놓쳤으나 ‘건강 바이러스’ 차두리는 생애 첫 국내 프로리그에서의 경기를 ‘행복했다’라고 정리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차두리는 “지난 주중 ACL 일본 원정 이후 감독님에게 투입 이야기를 들었다. 오랜만에 실전 경기를 했다. 결과는 아쉽지만 즐거운 경기를 펼쳤다”는 말로 데뷔전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부담스러운 라이벌 수원과의 경기였고, 개인적으로도 데뷔전이라 어깨에 짐이 적잖았던 경기지만 차두리의 플레이는 오랜 연륜에서 나오는 여유로움이 넘쳤다. 후배들을 다독이면서 전체적인 지휘자 역할도 충실했고, 강한 하드웨어로 상대 공격수 스테보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차두리의 여유는 경기 후 소감에서도 드러났다. 분데스리가에서 우정을 나눈 정대세의 퇴장을 바라보며 “도대체 대세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했을까”라고 익살스럽게 놀린 차두리는 “대세가 퇴장을 받고 경기장 밖으로 나가는 것도 나한테는 하나의 즐거움이었다”는 말로 고국에서의 플레이가 남다른 감정으로 다가왔음을 전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함이 넘치는 차두리는 “그런데 왜 내가 (수원 팬들에게)야유를 받아야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버지(차범근 위원)도 수원에서 감독을 했고, 내가 수원에서 뛰다가 유럽에 진출한 뒤 서울로 온 것도 아닌데 이상하다. 아마 팬들이 나를 의식한 것 같다”라고 말한 뒤 “유럽에서 뛰면서 받아보지 못했던 야유를 받았는데, 이것도 축구인 것 같다”라는 말과 함께 밝은 웃음을 전했다.
결과는 아쉽지만, 개인적으로는 기억이 많이 남을 데뷔전이었다. 차두리는 “유럽에서 10년 넘도록 뛰면서 마음속으로 그리웠던 장면들이 있었던 것 같다. 동료 후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 모두가 한 마음으로 뛰는 동료의식 같은 것들이 그리웠다”는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나 향후 FC서울과 K리그 클래식을 배부르게 해줄 수 있는 ‘대어’가 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다. 차두리의 ‘건강 바이러스’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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