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전에 제기됐던 각종 의혹이 말끔히 해소됐다기보다는 오히려 의혹이 사실로 굳어지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공금인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통장에 넣어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 후보자는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여론도 좋지 못합니다.
동아일보가 전국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벌인 긴급 여론조사를 보면,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문제가 있다는 응답이 62%에 달했습니다.
국회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응답도 57.4%로 과반을 넘었습니다.
민주통합당은 부적격 결론을 담은 청문보고서를 채택한다는 방침입니다.
▶ 인터뷰 : 문희상 /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
- "이동흡 후보자는 인사 청문회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국민에게 자격 미달 부적격자로 판 명받았습니다. 특히 이번 헌법재판소 소장은 헌법적 가치를 대변한다는 느낌에서 이동흡 후보자는 일반 상식에서 벗어난 편향된 가치관을 따르고 있어 우려됩니다. 따라서 박근혜 당선인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명 철회를 건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민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게 박근혜 정부 성공의 첫 단추입니다."
공은 새누리당으로 넘어갔습니다.
새누리당은 표면적으로는 결정적 하자가 없다며 예정대로 임명동의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입니다.
야당이 지나치게 정치 공세를 폈고, 특정업무경비처리도 헌재의 관례였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입니다.
이한구 원내대표의 어제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한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1월21일)
- "그 과정서 루머폭탄 작전을 펴서 허위선전 선동하고 해명이 되고 나면 책임도 안 지고, 해명하려 하면 시간도 안 주고, 윽박지르고, 막아버리고,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이고 어떻게 공정한 인사청문회가 이뤄졌나 걱정입니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당내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공식적인 얘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말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큰 하자가 없다면, 왜 국민적 관심인 이 후보자에 대한 언급이 없었을까요?
뭔가 불편한 게 있어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웠던 것은 아닐까요?
인사청문위원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이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지난 17일 뉴스 M에 출연했던 김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성태 / 새누리당 의원(1월17일)
- "실증법에 위반되는 그런 사항이 사실로 확인되어 진다면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가장 수준 높은 도덕성이 필요한 헌재 소장으로서 우리 당도 냉철한 판단을 해야죠."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도 통과를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무기명 표결에서 새누리당 이탈표가 조금이라도 나온다면 임명동의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야당이 강하게 반대하는 사안을 새누리당이 밀어붙일 경우 국회는 또 얼어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똘똘 뭉쳐 임명동의안을 처리해도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야당 주장대로 임명 동의절차조차 밟지 않는다면, 박근혜 정부 출범부터 힘있는 여당이 오히려 야당에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인 셈입니다.
박근혜 당선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후보자 지명은 이명박 대통령의 마지막 인사입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면서 박 당선인과 협의했다고 밝힌 만큼, 박 당선인이 정치적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는 분석입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를 강행하면 여론의 역풍은 박 당선인의 새 정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청와대와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손 놓고 있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만일 박 당선인이 이 대통령에게 이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 달라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요?
국회에서 통과시킨 택시법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마당에 이동흡 후보자문제로 또다시 당선인과 이 대통령이 맞서는 모양새가 되지는 않을까요?
이명박 대통령과 될 수 있으면 껄끄럽지 않은 관계로 정권을 넘겨받고 싶은 것이 박 당선인의 마음이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