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대로 유명해졌으나 반대 효과도 있었다. 이미지가 다시 또 한쪽으로 치우쳐버렸다. 박하선은 살짝 아쉬움을 내비쳤다. 시트콤과 달리 털털함도 있고, 진실함이 넘쳐나 20대 여성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영화 ‘음치클리닉’(감독 김진영)을 선택했는데 많은 이들이 극중 동주의 캐릭터를 시트콤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요즘 영화들을 보면 여자 배우가 매력 있는 역할을 만나기가 쉽지 않잖아요. 이 영화는 여자들이 공감할 것 같았어요. ‘하이킥’ 때 남자들이 사랑해주셨다면 이번에는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요. 시트콤과 비슷하게 안 보이려고 무척 노력했죠.”
29일 개봉한 ‘음치클리닉’은 짝사랑하는 민수(최진혁)에게 노래를 불러주기 위해 음치에서 탈출하려는 동주(박하선)와 그 여자를 도와주려다 엉겁결에 애정전선에 합류하게 되는 음치클리닉 스타강사 신홍(윤상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극중 상대 남자를 짝사랑하는 상황 설정이 자신의 경험과 비슷해 연기하기도 수월했다. 극중 보라(임정은)가 동주의 마음을 알고도 민수를 가로채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 있어 짝사랑의 감정을 제대로 녹인 것.
박하선은 “입시 준비 전,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다”며 “그런데 귀엽고 애교 많은 친구한테 빼앗긴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특히 “‘하이킥’을 하면서 원 없이 귀여운 척을 했다. ‘나도 귀여운 것 할 수 있다!’ 하는 심정으로 열심히 했다”고 웃었다. 이어 자신도 동주처럼 “결국에는 고백을 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박하선도 동주처럼 나름 아름답게 마무리 됐단다.
어쩔 수 없이 ‘하이킥’의 이미지는 그를 꽤 쫓아다닐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는 ‘영도다리’에서 아이를 찾아 떠나는 19세 미혼모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는 유부남을 좋아하는 여성을 연기하는 등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팔색조 여배우인데, 흥행작들이 아니다 보니 다른 모습들을 기억하지 않는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동이’도, ‘하이킥’도 주변에서 추연하지 말라고 했는데 ‘욱’하는 마음에 참여한 작품들이란다. 특히 ‘하아킥’ 같은 경우는 한 친한 감독이 “넌 감추면서 많이 보여줘야 한다. 장점이 많다”고 조언했단다. 하지만 박하선은 “‘왜 못한다고 하는 거지? 나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줘야겠다’는 마음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너무 성공적이라 다른 고민이 생겨버린 케이스다. 박하선은 “사랑을 받는다는 게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며 “주목받으면 그만큼 부담도 된다”고 고민했다. 그렇다고 후회하거나 잃은 게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빡빡한 촬영 스케줄이 힘들긴 했지만 많이 배웠다.
이렇다 할 스캔들이 없다. 박하선은 “연기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싶지, 사생활로 덧씌워지고 싶진 않다”며 “한국에서는 아직 그런 게 용인이 안 된다. 또 결혼도 잘해야 하니까”라고 웃어 넘겼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