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효는 그간 ‘여고괴담3-여우계단’, ‘쌍화점’, 드라마 ‘계백’ 등을 통해 무겁고 차분한 이미지로 각인됐다. 무뚝뚝하다는 그와 잘 어울리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지난 15일 개봉한 액션코미디 ‘자칼이 온다’(감독 배형준)에서는 약간 엉뚱하고 밝은 캐릭터인 킬러 봉민정 역할을 맡았다.
“코미디를 보는 건 좋아했지만 막상 코미디 영화에 출연할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액션은 데뷔 때부터 하고 싶었던 장르였죠. 또 SBS TV ‘런닝맨’에서 밝은 모습으로 나오고 있지만, 연기하면서는 밝은 작품을 한 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어떤 설정으로 디테일을 잡아나갈지 고민했죠.”
나름 성공적인 변신이다. 극중 그는 엉뚱하지만 유쾌한 인물이다. 귀엽게 나오기도 한다. 송지효는 “촬영할 때 감독님께서 예쁘게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머리나 화장, 옷도 예쁘게 설정하지 않았다”며 “나중에 감독님이 ‘민정이가 너무 예쁘게 나왔다, 마음에 안 든다’고 했는데 솔직히 난 예쁘게 나오지 않아 속상해했다. 그런데 큰 스크린으로 보니 생각보다 귀엽게 나오긴 했더라”고 웃었다.
김재중과 로맨스가 없어서 아쉬운 게 아니라 액션 연기를 할 때 마음처럼 몸이 따라 주지 않아 안타까웠다. 2달이나 액션스쿨을 다녔지만 본인이 생각해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다치는 건 상관없이 몸을 사용하는 걸 좋아해요. 마음은 이미 공중회전을 두 번 하고 발차기 두 번까지 했는데 몸이 안 따라와서 답답하더라고요. 제가 액션을 직접하고 싶었는데 전문적인 킬러 모습이 안 보여서 대역의 힘을 빌렸죠. 욕심을 채울 수 없었고, 액션이 정말 어렵다고 느꼈어요.”
배우 이미지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저라는 사람을 보여줄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잖아요. 작품으로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이런 모습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이미지 소모라고 걱정하지만 전 걱정 안 해요.”(웃음)
‘런닝맨’에서 2년을 달렸다. 체력 소모가 상당한 프로그램이다. 예전에는 2주에 한 번씩 녹화했는데 인기가 높다보니 거의 1주일에 한 번씩, 이틀 연속으로 촬영할 때도 부지기수다.
송지효는 “초반 1년 정도는 많이 힘들었다. 다른 작품과 병행할 때는 정말 피곤해서 제작진이나 다른 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멤버들이 오히려 나를 배려해주고 맞춰주시더라”며 “단련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이제는 즐기는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또 “멤버들과 어우러지는 것도 배웠고 순발력은 물론 적응력, 이해력에서도 도움이 많이 됐다”며 “특히 인간관계에 있어서 남자들과 호흡을 맞출 때 나는 서투르고 낯설어 했던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런닝맨’에서 함께 하다 보니 나에게만 보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안 보이던 벽이 흐릿해진 것 같다”고 좋아했다.
이어 “연기자로서 연기에 대해 배우는 건 당연히 작품을 할 때이지만, 연기를 할 때 필요한 것도 모두 다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이라며 “‘런닝맨’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니 어떤 작품에 참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기뻐했다.
화려한 삶을 꿈꾸지 않는다는 송지효는 “소소하게 작은 행복에 만족하는 게 예전부터 꿈꿔왔던 것”이라며 “지금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