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가 4500여명의 근로자와 하도급업체 직원 5000명을 저버리고 벨기에 헹크 공장을 폐쇄했다. 이어 볼보는 1일 헨트 공장의 생산인원을 300여명 이상씩 줄여나간다는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불과 5일 후 GM마저 벨기에 앤트워프 공장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유럽 경제위기 때문이라 밝히고 있지만, 다른 유럽 지역으로 생산 물량을 이전 시킨 점을 감안하면 벨기에의 내수 시장 부족, 비싼 인건비 등이 고려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공장의 이전 징조는 이전부터 있었다. 우선 포드는 몬데오 외에는 갤럭시, S-MAX 등 구모델만 생산을 계속해왔다. GM 또한 구모델인 오펠 아스트라 단일 차종만을 생산해왔다. 신차 투입을 꺼리고 안팔리는 차만 만들어 온 것이다. 투입 차종만 봐도 그동안 줄곧 공장 폐업의 수순을 밟아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벨기에는 전통적 주요 자동차 조립국으로, 1인당 자동차 생산 대수 세계 1위 국가였다. 쿠웨이트나 일본을 넘어 세계 16위의 높은 국민소득을 자랑해왔지만, 하루 아침에 주요회사들이 등을 돌리면서 국가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 벨기에 자동차 산업 몰락,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GM은 2014년 선보일 예정인 신차 쉐보레 크루즈 후속(J400)을 한국GM 군산 공장에 투입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마침내 발표했다. 연초부터 로이터 등 해외 언론들이 보도한 그대로다. 발표만 지금 했지, 라인 이전은 일찌감치 결정난 사안인 셈이다. 라인 이전의 표면적인 원인은 벨기에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내수 판매는 적고, 생산 원가가 높다는 이유다. 오바마가 재선을 위해 GM의 신형 소형차(쉐보레 크루즈)의 생산을 미국자동차노조(UAW)와의 협상카드로 사용해왔기 때문에 오하이오 주 로즈타운 공장의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정치적 상황도 한 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쉐보레 크루즈 라인 이전 계획은 미국 대선을 불과 3일 앞둔 4일(현지시간) 발표됐다. 지난 9월 한국GM의 호샤 사장은 취임한지 불과 6개월만에 노조와의 임단협 자리에 직접 나섰다. 그는 "우리가 생산하는 차종은 해외 타 기지에도 생산이 가능하다"면서 "잘못된 선택을 해서 1만700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면 아주 힘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에 대해서는 "한국의 생산능력에 대한 신뢰도에 흠집을 냈다"며 "안정적인 생산이 담보되지 않는 사업장에 물량 배분할 이유가 없다"고도 밝혔다. 그의 예언(?)처럼 쉐보레 크루즈 라인은 이미 타 기지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결론났고, 군산 공장은 쉐보레 올란도 단일 차종만 생산하게 됐다. 그렇다면 올란도는 어떤차인가. 한국, 베트남, 러시아에서만 생산하는 차로, 정작 쉐보레의 본고장 미국 올란도에도 없는 세계적 비인기 차종이라 할 수 있다. 연 30만대 생산규모의 군산 공장에서 이 단일 차종만 생산한다는 것에 대해 불만이 쏟아지자, GM측은 궁여지책으로 신형 크루즈(J400)가 아닌 현행 크루즈(J300)를 계속 생산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 또한 군산 공장을 낡은 차종만 생산하는 비효율적 공장으로 도태 시키는 것이어서 대안이라기 보단 폐업 수순에 가깝다. 한국GM 호샤 사장이 노조에 던진 말은 짧지만 굵은 의미를 담고 있어 되새겨 봐야한다. 그의 말처럼 한국GM의 생산 물량은 타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고, 그러면 즉시 1만7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다국적기업 GM입장에선 세계 각국의 47개 완성차 공장 중 어느 것이고 내키는 대로 폐쇄하거나 물량을 이전 할 수 있지만,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은 그렇지 않다.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국GM은 물론, 우리 경제 전체에 끼치는 영향 또한 작지 않다. 우리정부, 한국GM노조, 한국산업은행이 이번 사건을 흐리멍텅하게 넘겨서는 안되는 이유다.
김한용 기자 /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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