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야심차게 내놓은 국산 대형차 판매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머지않아 수입 고급차의 판매량이 국산차를 넘어설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국산차의 대표적인 고급세단인 현대차 제네시스와 에쿠스, 기아차 K9, 쌍용차 체어맨 H·W 등은 모두 판매량이 떨어졌다.
◆ 국산 대형차, 판매대수 점차 하락
현대차 제네시스는 지난 7월 1620대가 판매됐지만 지난달에는 1066대가 판매돼 34.2% 판매율이 감소했다. 에쿠스는 700대에서 584대로, 기아차 K9은 1400대에서 801대로, 쌍용차 체어맨 W는 139대에서 120대로 판매대수가 줄었다.
국산차 제조사들은 휴가철 영업일수 축소와 경기침체, 파업 등의 영향으로 대형차 판매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국산 대형차의 가격이 높아지면 상품성이 우수한 수입 고급차가 되레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수입차를 능가하는 상품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온 기아차 K9은 당초 예상했던 월 2천대 판매목표를 한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 5월 1500대를 기록한 이후 6월 1700대, 7월 1400대, 8월 800대 수준으로 판매대수가 급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 수입 고급차, 높은 상품성으로 꾸준한 판매 이어가
수입 고급차도 지난달 판매대수가 줄어들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국산차에 비해 판매율이 급감하지 않았고 오히려 판매대수가 크게 상승한 모델도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주요 수입 고급차의 지난달 판매대수를 살펴보면 아우디 A6는 디젤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지난 7월에 비해 124대가 증가한 637대를 판매했다. A8는 7월 109대에서 106대로 판매대수가 소폭 감소했다.
수입차 시장을 이끄는 BMW 5시리즈의 경우 지난달 882대가 판매됐다. 지난 7월에 비해 55대 감소했다. 7시리즈의 경우 지난 7월에는 174대가 판매됐지만 지난달에는 95대에 머물렀다. 7시리즈는 이달 신모델 출시가 임박했기 때문에 판매가 정체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도 판매대수가 조금 줄었다. 지난 7월 839대를 판매했지만 지난달에는 780대로 줄었고 S클래스는 154대에서 152대로 판매대수가 감소했다.
◆ 업계 전문가들, “수입 고급차가 국산차 앞지른다”
기아차는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K9의 가격을 최대 235만원 할인한다. 개별소비세 인하와 함께 추가 할인까지 적용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가격을 낮춰 판매량을 높이겠다는 계획이지만 수입차는 진작부터 가격인하를 실시하고 있다.
한-EU FTA로 인해 올해부터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의 유럽산 수입차는 약 1.5% 가량 일제히 가격을 낮췄다. 모델에 따라 낮아진 가격은 30만원에서 300만원 정도다. 또 최근 수입차의 경우 연식 변경이나 신형 모델을 출시해도 종전과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거나 가격을 낮추는 일도 많다. 국산차 업체들은 신차 및 연식 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가격을 올리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산차를 타다 수입차로 넘어가는 경우는 많지만 수입 고급차를 타다 국산차로 넘어오는 비율은 크게 낮다”면서 “거기에 최근에는 ‘국산 대형차에서 수입차’로 넘어오는 구매구조가 아닌 바로 수입차를 사는 경향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또 “국내 대형차 시장에서는 수입차가 국산차를 앞지를 날이 머지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상영 기자 /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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