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페스티벌 레이디’ PMC네트워크 김지숙 팀장 인터뷰
국내 최대 공연기획사 중 하나인 PMC네트워크 김지숙 팀장(41)은 업계에서 ‘국내 1호 페스티벌 레이디’로 불린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 열리는 유수의 페스티벌에 어김없이 나타나기 때문. 그는 페스티벌마다 독특한 복장을 하고 등장해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편안한 말투로 함께 어울리기를 권한다. 그의 주변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페스티벌 피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다.
이대 독문과 출신 문학소녀가 독일서 받은 충격
김지숙 팀장은 1993년 이화여대 독문과 재학 중 독일 듀셀도르프로 유학을 떠났다. 전형적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여대생 특유의 착실함으로 대학생활을 하던 그에게 독일에서 처음 경험한 공연 문화는 큰 충격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가요 좋아하고, 팝을 즐겨듣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독일에서 평소 좋아하던 디패시 모드의 공연을 처음 봤는데 정말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죠. 단순히 박수치고 환호하는 정도가 아니라 공연장 안에 하나의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지는 듯 했어요.”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김 팀장은 당시 경험했던 문화적 충격을 가슴에 담아둔 채 졸업 후 국내 한 대기업에 취업했다. 하지만 1년여 간의 직장생활 끝에 남은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이었다.
“대중음악에 관련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지만 뭘 해야할지는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그 때 한참 인디밴드들 공연을 보러 많이 다녔죠. 그러다 저 사람들과 뭔가를 해봐야 겠다는 생각에 친한 친구들하고 돈을 모아서 인디 레이블을 하나 설립했어요.”
“지금도 루시드폴이나 노브레인이 음악적으로 높은 성취를 거두고 승승장구 하고 있는 걸 보면 뿌듯해요. 지금 생각하면 분위기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팀이지만,(웃음) 두 팀으로 당시에 해보고 싶었던 여러 종류의 공연들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영국 글래스톤베리 “우리는 한 가족”
안타깝게도 레이블은 오래가지 못했다. 1998년 라디오 레이블은 문을 닫았고 김지숙 팀장은 또 한번 방황하게 됐다. 그리고 1999년 그의 삶을 두 번째로 크게 흔든 사건이 영국에서 벌어진다. 1999년에 지인과 떠난 영국 여행에서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을 만난 것.
글래스톤베리는 매년 6월에 4박 5일간 열리는 유럽 최대의 페스티벌이다. 무대만 80여개가 넘고 매해 20만명 이상이 전 세계에서 몰린다. 경제효과만 1조 3500억원을 훌쩍 넘는 초대형 문화 이벤트다.
“그때 받은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았어요. 세계적인 뮤지션들을 보는 것도 경이로웠지만 무엇보다 가장 놀랐던 것이 평소에 그렇게 차갑던 영국 사람들이 이곳에서 만큼은 ‘위 아 패밀리’(We are Family) 인 겁니다. 결국 2002년에 아예 영국에 유학을 가기로 결심을 했죠.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원 없이 페스티벌과 공연을 보고 다녔죠.”
김지숙 팀장은 ’한국의 글래스톤베리’를 꿈꾸며 영국서 3년간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와 본격적으로 페스티벌 기획을 하고 있는 현재까지 매년 6월이면 어김없이 짐을 싸 글래스톤베리로 떠나고 있다.
“제너레이션 투 제너레이션(Generation to Generation). 세대를 이어가는, 그것을 하나의 문화로 만들자는 뜻이죠. 사실 페스티벌에 와서 두리번거리며 외롭게 남들 어떻게 노는지 구경만 하는 사람들 많거든요. 저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였고요. 그런 새로운 이들이 또 계속 유입되는데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남겨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국내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마다 부스를 설치하고 전시회 같은 것도 열고 정보도 교환할 수 있게 했죠. 공연 말고 먹는 거 말고 새로운걸 보여주자 해서 사일런트 디스코(헤드폰을 쓰고 나 홀로 무아지경 춤을 출수 있는) 같은 걸 선보이기도 했고요.”
페스티벌을 제대로 즐기는 비법
페스티벌 제너레이션의 이름으로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획들을 선보였던 그는 올해 일본의 초대형 실내형 페스티벌 ‘섬머소닉’의 한국형 ‘슈퍼!소닉’의 러브콜을 받았다. 오는 8월 14일, 15일 양일간 올림픽공원 내 체조 경기장과 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리는 ‘슈퍼!소닉’은 스매싱펌킨스(Smashing Pumpkins), 고티에(Gotye), 뉴 오더(New Order)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출연으로 이미 음악 마니아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페스티벌이다.
“접근성이 용이한 도심에서 열리는 실내형 페스티벌은 입문자들에게 최고의 놀이터가 될 거에요. 특히 페스티벌을 찾는 사람들에게 음악과 함께 ‘뭐하고 놀건지, 어떻게 놀건지’를 보여주는데 가장 큰 중점을 뒀죠.”
김지숙 팀장은 소위 빵빵한 라인업의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서로 연을 닿고 있는지 같은 기본적인 정보들과, 두 개의 대형 실내 공연장과 두 개의 야외 공연장을 어떤 루트로 다녀야 좋을지 쉽고 친절하게 설명된 자료들을 만드는 등 꼼꼼하게 페스티벌을 준비를 하고 있다.
끝으로 그에게 페스티벌을 제대로 즐기는 팁 하나를 물었다.
“‘슈퍼!소닉’에 오셔서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마음껏 즐기세요. 신나게 공연을 보다보면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게 ‘뒤통수’에요. 한번쯤 마음을 열고 말을 한마디 걸어보세요. 맥주라도 시원하게 한잔 같이 하자고. 모두가 이곳에 같은 마음으로 왔잖아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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