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 울리는 골리앗의 '백지 계약서'

【 앵커멘트 】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중소납품업체와 '백지 계약서'를 작성해 횡포를 부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필요에 따라 수수료를 올리는 등 공란을 채웠습니다.
박호근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판매 수수료와 판촉사원 수, 매장위치 등 주요 내용이 모두 비어 있는 계약서입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로부터 이런 '백지 계약서'를 미리 받아뒀다가 필요에 따라 공란을 채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인터뷰 : 지철호 / 공정위 기업협력국장
- "납품업체에 과도하게 판촉비용 부담을 전가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판촉사원 파견을 요구하는 등의 불공정행위가 발생하기 쉽고…."

공정위가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과 롯데마트·홈플러스·이마트 등 대형마트의 납품업체 4,900여 곳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백지 계약서 관행이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납품업체들은 유통업체의 눈치를 보는지 한사코 그런 계약서는 없다고 강변했습니다.

▶ 인터뷰(☎) : 납품업체 관계자
- "저희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어떻게 저희 회사를…."

백화점들은 해외 유명브랜드에 대해서는 주요 내용을 모두 채운 표준계약서만 사용했습니다.

유통업체들은 할인행사 때 일일이 계약서를 작성할 수 없어 편의상 백지계약서를 만든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 인터뷰 : 대형유통업체 관계자
- "행사 계약서에서 약간의 미흡한 부분이 발견돼 그 부분이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백지 계약서도 공정위의 수수료 인하 압박용이라고 항변하기도 했습니다.

▶ 스탠딩 : 박호근 / 기자
- "공정위는 대형유통업체들의 백지 계약서 관행이 위법행위로 판단되면 구체적인 혐의사실을 정리해 엄중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N뉴스 박호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