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그는 지금 세상에 없지만 그가 연기한 섬뜩한 조커는 ‘배트맨’ 1편에서 잭 니컬슨이 연기한 조커를 능가했다. 도시를 파괴하려는 악당에 맞서 시민을 지키려는 배트맨이라는 새로운 영웅에 사람들이 열광할 수 있게 만든 건 잭 니컬슨이 연기한 미치광이 조커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히스 레저는 잭 니컬슨의 조커를 능가하는 광기어린 연기로 감탄과 전율을 일으켰다.
‘조커 없는 배트맨은 맛이 살 수 없다’는 이야기를 떠돌게 한 이 희대의 악당. ‘조커를 능가하는 적이 나올까’라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기다린 팬들이 상당하다. 우려와 기대가 팽팽한 가운데 새롭게 등장한 최강의 적 베인(톰 하디). 그가 조커를 대신할 수 있을까.
베인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기대감이 컸던 이들에게는 실망을 안겨 줄 것이다. 하지만 배트맨 시리즈 가운데 혹평을 들은 ‘배트맨과 로빈’에서 잠깐 등장한 적이 있던 베인은 확 바뀌어 등장한다. 전면전에 강한 힘과 지략이 뛰어나기도 한 악당. 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쪼그라들 정도다. 마스크를 써 코와 입 주변을 가렸지만 눈빛과 목소리, 손동작, 발걸음 하나하나 강인함이 묻어나고 섬뜩하게 다가온다. 관객을 압도 하기 충분한 포스는 등장부터 위협적이다.
베인은 배트맨과의 첫 대결에서 그의 허리를 부러뜨려버릴 괴력을 발휘, 혀를 내두르게 한다. 배트맨의 숨통을 조일 뿐만 아니라 관객의 숨도 잠시 멈추게 한 뒤 스크린에 몰입하게 만든다. 과연 배트맨이 그의 상대가 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배트맨은 혼자가 아니다. 앤 해더웨이와 조셉 고든 레빗이 합류한다고 해 기대를 높였던 영화는 이들에게도 충분한 힘을 실었다. 특히 해더웨이는 텀블링, 주먹질, 발차기 등으로 캣우먼을 연상(아무래도 배트걸인 것 같지만)시키며 남성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개인적으로는 할리우드를 이끌 차세대 스타 고든 레빗의 활약이 미미한 것 같아 아쉽지만 ‘허당’ 캐릭터는 아니니 안심하길. ‘미드 나잇 잇 파리’에서 예술가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아드리아나를 연기한 마리옹 꼬띠아르도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할 캐릭터다.
‘메멘토’(2000)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다크나이트’(2008), ‘인셉션’(2010)에 에어 이번에도 실망을 시키지 않는다. 도시를 점거하게 된 베인 무리가 사회 혁명을 부르짖으며 경찰 등을 재판하는 장면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가 아우러지는 방향은 도시를 평화롭게 만들기 위한 배트맨의 고군분투다. 3D 대신 아이맥스를 고집한 놀란 감독은 스펙터클한 영상을 펼치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심장을 쿵쾅거리게 하는 음악, ‘더 배트’ 등 신무기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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