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한국판 ‘앨빈’이 탄생했다. 여자보다 아름다운 남자, 뮤지컬 배우 김다현 이기에 가능했다.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카지’(연출 이지나)가 국내에 30년 만에 상륙했다. 지난 4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LG아트센터에서 개막했다.
게이 커플인 앨빈(김다현)과 조지(고영빈)은 프랑스 남부의 휴양 도시에서 유명한 게이 클럽 인 ‘라카지오폴’을 운영하며 20년 넘게 부부로 살아 왔다.
클럽의 가장 화려한 메인 싱어이지만 가정에서는 누구보다 헌신적인 아내를 연기하는 김다현은 전형적인 어머니 상을 보여주는 정성화의 푸근한 앨빈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매혹적인 몸동작과 새침한 말투, 진짜 여자도 닮고 싶은 ‘팔색조’ 같은 여자다. 20년차 부부가 낼 수 없는 신혼의 풋풋함과 오랜 역경을 이겨낸 성숙한 지혜를 동시에 갖췄다.
남편과 아들을 살뜰히 챙기고 위기 모면 능력도 뛰어나다. 소심하게 심통이 나 남편에게 앙탈을 부릴 땐 사랑스러운 ‘천상 여자’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남편과 아들을 단 번에 구출하는 뛰어난 가장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전통적인 어머니의 모습까지 갖췄다.
이런 앨빈을 단 번에 사로잡아 그녀를 보이지 않게 조종하는 남편 고영빈 역시 만인의 여성이 꿈꾸는 매력적인 남성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환상의 백마탄 왕자가 아니다. 적당히 현실적이고 적당히 환상적이다. 두 사람의 하모니를 듣고 있자면 ‘호모 커플’ 이라는 색안경은 어느새 벗겨진다.
부부의 집사이자 앨빈의 하녀인 자코브(김호영), 조지와 앨빈의 오랜 친구인 쟈클린(유나영) 역시 ‘미친 존재감’을 제대로 과시한다. 이들이 등장할 때면 관객들은 모두 정신을 잃고 웃음을 터트린다. 처음 접하는 초특급 끼와 유쾌한 에너지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하지만 그녀의 아빠는 게이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극보수주의’ 정치인 딩동. 앨빈은 아들을 위해 서운함을 감추고 삼촌으로 참석하기로 하지만 생모가 참석하지 않아 결국 직접 진짜 엄마로 나서게 된다. 결국 딩동은 ‘게이’ 이라는 고정적 시선에서 벗어나 이 가족의 사랑과 진심을 받아들이고 또 다른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시선을 좀 더 크게 보면 게이가 아니 엄마, 나아가 인간으로 확장된 사고를 뭉클하게 전달한다.
배역 소개 및 화려한 ‘라카지 클럽’ 쇼로 구성된 1막에 비해 2막은 작품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아찔한 하이힐에 토슈즈를 신고 고난이도 안무를 소화하는 배우들에게서 그들이 쏟은 노력과 열정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무대 시작과 함께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기자 kiki2022@mk.co.kr/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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