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씨를 다시 한국에 오게 한 건 커피였다. 도쿄에서 우연히 체계적인 커피교육을 받으면서 커피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두 번째 꿈을 이루고자 서울 혜화동에 커피숍을 열어 전문 바리스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게 1988년의 일이다.
한국 바리스타 계보에는 커피업계 발전의 1세대를 뜻하는 ‘1서 3박’이 등장한다. ‘1서’는 80년대의 선구자 故서정달 씨를 지칭하고, ‘3박’은 90년대를 대표하던 故박원준, 박상홍, 박이추 씨다. 이들 중 현역으로 활동하는 바리스타는 박이추 씨가 유일하다.
박 씨는 커피의 정체성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마시는 사람으로 하여금 각별한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직접 로스팅과 핸드드립까지 관리하고 있다.
“커피를 내릴 때 마음을 다해야 합니다. 한 잔의 커피를 통해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고, 때로는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커피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리스타가 추구해야 할 이상이라고
커피가 산업이 된 시대, 박 씨는 “인생을 투자한 커피가 진정한 커피다운 커피”라며 오늘도 한 잔씩 커피를 내리고 있다.
수많은 제자를 양성하고 커피도시 강릉의 최고 바리스타로 자리매김한 박이추 씨의 이야기는 17일 밤 10시 40분 EBS ‘직업의 세계’에서 자세히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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