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명의 첫 등장은 묵직하고 뜨거웠다.
2006년 수원컵 국제청소년클럽 축구대회 MVP에 올랐고 2007년 U-17 청소년대표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그라운드를 누볐던 촉망받는 축구선수가, 부상으로 운동을 포기하고 음식배달원이 됐다는 사연은 모두를 뭉클하게 했다. 배달을 하면서 가수를 꿈꾸었다는 그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귀를 기울였고, 무대의 감동은 그 이상이었다.
그는 첫 방송 무대에서 부활의 ‘비밀’로 작곡자 김태원의 “박완규도 쉽게 부르기 어려운 곡인데 잘불렀다”는 극찬을 이끌어내며 화려하게 이름을 알렸다. 가슴 속 한을 토해내 듯 마음을 울리는 호소력과 비장미가 시청자들을 단숨에 매료했다.
두 번째 무대에서 ‘그렇게 겪고도 모릅니까’로 잠시 부침을 겪은 그는 나미의 ‘슬픈인연’을 통해 가능성을 이어갔다.
이선희의 멘토스쿨에 들어간 후 구자명의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이선희 콘서트 무대를 장식한 김태우의 곡 ‘하고싶은 말’ 무대는 방송 직후 큰 화제를 일으켰다.
첫 생방송 무대는 구자명의 독무대나 다름 없었다. 들국화의 명곡 ‘그것만이 내 세상’으로 단순히 소리 지르는 가수가 아닌, 소리로 감동을 안길 수 있는 가수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이끌어내며 다음 생방송 무대 자동진출권이 주어지는 ‘골든티켓’을 얻었고 멘토 이선희를 두 번이나 눈물짓게 했다.
생방송 기간 구자명의 상승세는 날개를 단 듯 거침 없었다. 김종국의 ‘사랑스러워’, 티아라의 ‘롤리폴리’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그는 버즈의 ‘가시’와 이승환의 ‘붉은 낙타’로 특유의 남성미를 한껏 표출했다. ‘붉은 낙타’는 구자명에게 두 번째 ‘골든티켓’을 선사했다.
팬들은 진정성과 절절함이 느껴지는 구자명의 무대에 주목했고 새로운 꿈을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최선을 다하는 우직함에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로 노랫말과 하나가 됐던 구자명은 결승 문턱인 ‘TOP3’ 경연에서 멘토 이선희의 ‘나는 사랑에 빠졌어요’로 다소 아쉬운 무대를 펼치기도 했으나 최종 그랜드파이널의 주인공이 됐다.
구자명은 가족을 위한 무대로 마지막을 채웠다. 그는 방황하던 시절 자신을 잡아준 어머니에게 바치는 ‘미안해요’로 절절한 공연을 마쳤다.
당초 배수정의 우승이 유력했지만 결국 오디션 사상 최초의 여성우승자는 탄생하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인생역전 감동스토리의 구자명에게 최종 우승의 손을 들어줬다.
오디션프로그램에서 감동 스토리는 실력보다 더한 파괴력을
스포트라이트가 많은 기회를 주겠지만 가수 구자명으로 남을지는 오로지 자신에게 달렸다. 구자명의 인생 2막이 열렸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