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봐주는 자식 없이 홀로 사는 양 모 할머니가 같은 아파트 주민인 주 모 할머니를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이었다.
주 할머니는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해 내가 직접 요양관리를 해주고 있다”며 양 할머니에게 통장을 요구했고 수시로 집안을 드나들었다.
어느 날 주 할머니의 행동이 미심쩍었던 양 할머니는 반장에게 이 사실을 말했다. 반장은 그간 주 할머니가 양 할머니의 요양관리를 해주는 척하며 돈을 가로채 왔다는 것을 알아냈다.
반장은 주 할머니에게 찾아가 “혼자 사는 노인에게 이러고 싶냐”며 따져 물었다. 이에 주 할머니는 본색을 드러내며 다짜고짜 물건을 부수고 반장에게 주먹질을 해댔다.
더 놀라운 점은 주 할머니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여성 노인 8명에게까지 똑같은 수법으로 돈을 빼앗고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이었다. 70대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힘과 과격한 욕설로 주 할머니는 일대에서 ‘조폭 할머니’로 불렸다.
참다못한 피해 할머니들과 주민들은 주 할머니를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고령이라는 이유로 주 할머니는 번번이 집행유예나 짧은 형을 받았고, 출감 후에는 다시 할머니들을 괴롭히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주 할머니는 이후에도 주변 노인들을 불러 모아 이상한 물건을 항아리에 담아 불로장생 음식이라고 속여 고액에 팔아 넘겼다. 또한 아무 가게에나 들어가 물건을 집어 들고 돈을 지불하지 않는가 하면, 길 가던 할머니의 가방을 들어준다며 그대로 훔쳐 달아나기도 했다.
엽기행각은 이뿐이 아니었다. 수리공을 불러 남의 집 현관 열쇠를 마음대로 바꿔 달고는 자기 집처럼 수시로 드나들며 음식을 닥치는 대로 먹고 금품을 훔쳤다.
주민들이 그녀를 두려워 한 가장 큰 이유는 항상 품속에 흉기를 지니고 다녔기 때문. 돌, 망치, 칼 등 조금만 자신의 뜻에 반하면 흉기를 꺼내들어 협박을 일삼았다.
주 할머니가 모두 15차례에 걸쳐 파손한 집기는 160만원 상당이었다. 알고 보니 주할머니는 비슷한 수법으로 이미 전과 29범을 기록한 상습범이었다. 그녀의 이유 없는 난동과 엽기
어떤 이유로도 개인을 강제 이주 시킬 수 없는 법의 특성상 주 할머니에게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수는 있지만 마음대로 어겨 또 다시 행패를 부린다면 벌금 부과 외에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주 할머니는 구속돼 지금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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