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공무원들이 현장을 모르고 만든 제도를 두고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하는데요.
그동안 금융소외자를 위한 서민금융 체제를 갖춰왔던 금융당국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이틀간 전국을 돌았습니다.
반성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요.
이혁준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대전 중앙시장 변두리에서 과일 노점상을 하는 박민영 씨가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새벽 4시부터 저녁 9시까지 꼬박 17시간을 일하는 박 씨는 2년 전 미소금융에서 500만 원을 대출받은 뒤 품목을 늘렸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서민 체감 경기 악화에 재래시장 노점상은 버텨낼 길이 없습니다.
▶ 인터뷰 : 박민영 / 재래시장 과일 노점상
- "요즘처럼 경제가 안 좋을 땐 어디 가서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싶단 생각 많이 하죠."
전남 광주에서 영사기사를 하는 김영기 씨는 직장인 영화관이 계속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보증과 사업실패로 쌓인 빚 7천만 원을 갚기 위해 신용회복을 신청했지만, 이자도 내기 어려워져 중도 포기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영기 / 영사기사
- "어차피 일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일자리가 없으니까 힘든 거죠."
신용회복은 물론 자금 대출과, 고금리 대출 전환까지 정부가 서민금융체계를 마련했지만, 고통받는 서민은 아직도 넘쳐납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금융당국과 서민금융기관의 실무자들은 1박 2일 여정에 나섰습니다.
대학생의 고민과 대출받으려다 사기꾼까지 만난 주부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 인터뷰 : 김태양 / 학자금 대출자 (대구 영남대 4년)
- "학자금 대출은 취업 후 상환해야 하는데 취업난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항상 걱정됩니다. "
▶ 인터뷰 : 이희순 / 바꿔드림론 신청자/경남 창원
- "은행에서 3개월치 월급 탄 것을 원하는데 나올 월급이 없다 보니까, 사기꾼들이 통장하고 카드를 만들어주면 월급을 만들어서 700만 원을 빌려주겠다고 속인 거죠."
쓴소리와 서민금융의 허점에 대한 개선 건의도 받았습니다.
▶ 인터뷰 : 신용회복 지원자 /광주광역시
- "대기업 총수들은 몇조를 부도내도 해외 가서 잘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민들은 100만 원, 200만 원 보증 섰다가 평생 덫에 걸려 헤어나질 못합니다."
▶ 인터뷰 : 김재열 / 햇살론 대출자 /강원도 원주
- "노점상에게 소득 증명하라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신용자일 경우 소득증명은 생략하고 대출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합니다. "
제도 마련엔 힘썼지만, 정작 서민들의 실생활에 둔감했던 당국은 몰라서 금융을 이용 못 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 인터뷰 : 김석동 / 금융위원장
- "미소금융과 햇살론 등 여러 서민금융지원 기관들이 원스톱으로 한 창구에서 지원이 가능하도록 전국에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하겠습니다."
전국을 돌며 만난 서민들은 고된 삶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 스탠딩 : 이혁준 / 기자
- "올해 경제는 더 어렵다고 합니다. 서민을 지켜줄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금융권의 노력이 절실합니다. MBN뉴스 이혁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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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김용민 V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