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신뢰’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가비’를 연출한 장윤현(45) 감독이 배우 김소연을 향해 갖게 된 마음이다. 이다해를 대신해 들어온 고마움도 있지만, 김소연이 현장에서 보여준 열정과 낮은 자세 때문이기도 하다.
김소연은 90도로 먼저 꾸벅하고 인사하고 “감사합니다”와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늦게 합류한 탓에 배울 게 산더미였는데 쉬지 않고 러시아어와 커피 만드는 법, 승마 훈련 등 모든 것을 열심히 했다. 한번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연출부와 스태프를 불러 친목도모 막걸리 파티를 주선하기도 했다. 새침하고 딱딱한 배우가 아닌 동생 혹은 동료로 어울렸다. 영화 ‘가비’ 관계자들이 침이 마르기 무섭게 김소연을 칭찬하는 이유다.
‘가비’의 당초 여자 주인공은 알려진 대로 이다해였다. 그는 차기 작품 일정 등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하차했다. 제작비 100억원은 반토막이 났고, CJ엔터테인먼트는 아예 발을 뺐다. 하지만 김소연의 투입이 전화위복이 됐다.
“다른 배우가 갑자기 하차했는데 막막했죠. 어떤 친구로 대체해야 할지 모를 때, 소연씨에게 시나리오를 건넸어요. 욕심이라고 생각했고 안 될 것이라는 마음도 있었는데 다음날 밤에 ‘하겠다’는 전화가 왔어요. 그런데 이번엔 제작사에서 다른 배우를 밀고 있다는 거예요. 전 ‘김소연 아니면 안 된다’고 책상을 엎었죠. 다른 친구가 하겠다면 ‘난 빠지겠다’고 했죠.”
자신감이 있었다. 장 감독은 “김소연이 여자 주인공 따냐와 어울리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남자 주인공 주진모도 괜찮은 것 같다고 하고, 스태프도 좋은 소리를 하니 용기가 생겼다. 2007년부터 시작한 ‘가비’는 그렇게 2012년에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장 감독은 “‘황진이’의 송혜교도 끌어내는 연기를 못할 것 같았는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교류하다보니 되더라”라며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황진이 보다 송혜교의 황진이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전)도연도 자기를 버리는 훈련이 잘 돼 있었는데, 따냐를 연기한 김소연도 내면의 모습이 나올 때 비슷했다”고 추어올렸다.
1997년 ‘접속’, 1999년 ‘텔미썸딩’, 2007년 ‘황진이’를 연출한 장 감독은 2012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기까지의 역사적인 사실에 따냐(김소연)와 일리치(주진모)라는 허구의 인물을 투입시킨 팩션 사극을 내놨다. 김탁환 작가의 2009년 작품인 ‘노서아 가비’가 원작인 영화는 고종이 아관파천 후 러시아 공사관에서 커피를 즐겼다는 야사와 고종의 독살이라는 소재를 접목시켰다.
“차기작 시나리오 작업을 2007년부터 시작해 2009년까지 했죠. 제작사 대표가 30장 가량의 시놉시스를 처음 줬을 때, 고종이 처음 커피를 접했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솔직히 따냐와 일리치가 러시아에서 펼치는 무용담은 흥미롭지 않았죠. 하지만 고종은 공부하면 할수록 흥미롭더라고요. 지극히 보수적인 것 같은데 신문물을 먼저 즐긴 왕이었죠.”
하지만 영화는 고종의 이야기라기보다 따냐와 일리치가 중심이다. 장 감독은 투자사의 의견 등으로 궤도를 바꿔야 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만족할만한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하는 그는 나중에 고종에 대한 작품을 한 번 다뤄보고 싶다고 했다.
“드라마나 영화, 혹은 다큐멘터리가 될 지도 모르지만 한번 고종을 다루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고종은 나약하지 않았어요.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인물이었거든요.”(웃음)
“특히 김소연씨에게 좋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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