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1년을 조명하는 마지막 시간입니다. 그 많은 이재민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임시 가설 주택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새 삶에 대한 희망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갈태웅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현장음))
"땡~ 땡~"
향에 불을 붙이고, 두 손을 모아 정성껏 절을 올립니다.
1년 전, 대지진으로 고향 가츠라오무라에서 기적처럼 챙겨온 조상 80명분의 위패.
하지만, 마쓰모토 씨는 오늘도 임시 가설주택에서나마 조상께 속죄의 종을 울립니다.
조상 묘를 돌보지 못한다는 자책 때문입니다.
▶ 인터뷰 : 마쓰모토 다츠오
- "죄송스러운 심정입니다. 풀이 이만큼이나 자랐는데, 묘에도 못 가고, 아무 곳도 못 갑니다."
에미코 할머니는 중학생 손자가 더 걱정입니다.
피난으로 전학 간 학교에서 시작한 희망의 야구, 잘 먹이고 싶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그래도 구순이 넘은 어머니와 손자가 모두 모여 함께 저녁을 먹는 오후 7시가 가장 행복합니다.
▶ 인터뷰 : 마쓰모토 에미코
- "모두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게 행복합니다. 뭘 만들어도 다들 입맛이 다르니까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 스탠딩 : 갈태웅 / 기자 (일본 후쿠시마)
- "지난해 8월부터 430가구가 입주해 생활하는 임시 가설주택 시설입니다. 지역 공설 운동장에 마련된 이 시설에서 주민들은 2년 동안 거주할 수 있지만, 그 이후부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 많습니다."
그나마 시마다 씨 부부에겐 일곱 달 만에 찾은 애견 '마론'이 희망입니다.
가설주택에선 다신 못 볼 줄 알았던 마론, 하지만 NHK 특집방송에서 마론은 활기차게 나미에마치 거리를 누비고 있었습니다.
기적처럼 찾아낸 마론처럼 후쿠시마에도 기적이 오리라 믿습니다.
▶ 인터뷰 : 시마다 다치오
- "그렇죠. 기적이죠. 그래서 정말 운명이란 생각이 듭니다."
오랜만에 햇살과 함께 반가운 손님이 가설주택을 찾았습니다.
채소와 과일, 생선을 가득 실은 이동 슈퍼마켓이 온 것입니다.
화색이 도는 피난민들, 흥겨운 노랫가락은 잃었던 입맛까지 찾게 해 줍니다.
지진 이전 때처럼 정성껏 저녁 반찬거리를 준비하는 주부들, 그들의 희망은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뿐입니다.
((현장음))
"(뭘 사러 오셨습니까?) 매일 먹을 저녁 반찬 준비하러 왔어요."
일본 후쿠시마에서 MBN뉴스 갈태웅입니다.[ tukal@m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