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한 옥탑방에는 선천적 안면 함몰 기형인 엄마 장지영 씨(41)와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딸 희진이(17) 중학교 2학년 진식(15)이가 살고 있다.
1년 10개월 전 술만 먹으면 엄마에게 폭력을 일삼는 아빠를 피해 가족들은 이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세 식구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간만 겨우 구한 가족들은 세간 대부분을 이웃에게 얻어서 마련하고 생활비와 각종 공과금은 엄마가 청소 일을 하면서 번 돈 70만 원으로 어렵게 해결하고 있었다.
그러나 2월 엄마의 청소직 계약 만료 날짜가 다가오면서 당장 생활을 꾸려나가기가 막막해졌다. 안면 함몰기형인 엄마에겐 일자리를 구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친정어머니가 임신 3개월 때 연탄가스에 노출돼 태어날 때부터 안면 함몰기형이었던 엄마는 음식을 먹을 때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줄까 봐 어릴 때부터 늘 밥은 혼자 먹어야 했고 그 버릇 때문에 지금까지도 혼자 식사하는 것이 편하다. 친한 친구 한 명 없었던 엄마는 외로울 때마다 시를 쓰며 마음을 달랬다.
한편 두 편 써온 시는 양평군에서 주최한 대회에서 수상할 정도로 수준급이었다. 엄마는 자신의 이름을 건 시집을 내보는 것이 소원이지만 현실은 당장 하루의 생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빠듯하기만 하다.
독학으로 공부해 요양 보호사 1급 자격증도 땄지만 면접만 보면 떨어지기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엄마가 일하지 않으면 세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오늘도 청소 일을 마친 엄마는 부리나케 다른 일자리를 찾기 위해 거리를 헤매고 희진이는 그런 엄마가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 희진이의 또 하나의 고민은 아빠다. 아빠가 술을 마시면 엄마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을 직접 목격했고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순간 직접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엄마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애의 몸으로 혼자 떨어져 생활하는 아빠를 생각할 때마다 희진이는 가슴이 아파 온다.
사춘기에 갑자기 찾아온 환경의 변화는 열다섯 살 소년 진식이가 받아들이기엔 너무 버겁기만 했다. 그 때문에 진식이는 말수가 부쩍 줄었다. 일찍 철이 든 희진이는 시간 날
술만 마시면 돌변하지만 평소에는 한없이 자상했던 분이었기에 아빠와 떨어져 나와 살아야 하는 현실은 낯설고 힘들기만 하다. 희진이와 진식이는 하루라도 빨리 아빠가 술을 끊고 건강하게 돌아와 가족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날을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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