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살인마의 편지2 그 시작과 끝’ 편에서 2007년 10월 강원도 화천에서 일어난 77세 이 모 할머니 살인 사건의 전말을 밝혔다.
외딴 전원주택에서 홀로 살던 할머니가 집안에서 잔인하게 살해됐다. 아무런 증거도 없었고 목격자도 없었다. 그렇게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그런데 사건 직후부터 최근까지 할머니에게 총 일곱 차례 이상한 편지가 날아들었다. 할머니의 아들에게 보내는 이 편지 겉봉투에는 “화천에서 만성이가”라는 발신인이 적혀 있었다. 편지를 보낸 장소도 제각각이었다.
지난해 11월 창설된 강원지방경찰청 미해결사건전담팀은 2천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화천 할머니 살인사건’ 파일을 다시 열었다. 의문의 편지 중 두 통에서 용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를 찾아냈고, 사북우체국에서 세 번째 편지를 보내는 용의자의 CCTV를 확보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팀 또한 사건전담팀과 함께 편지 내용 분석에 주력했다. 용의자는 할머니를 원망하는 듯했지만 행간에 숨어 있는 비난의 대상은 분명 할머니의 큰아들이었다.
군 지휘관으로 있었던 큰아들에게 지속적으로 편지를 보내며 군 용어를 많이 사용했던 것에 착안한 사건전담팀은 장남의 희미한 기억을 되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10일 간의 잠복근무 끝에 용의자가 버린 음료수 캔에서 DNA를 채취하는데 성공했고 그것은 편지의 우표에 남아있던 DNA와 일치했다.
범인은 20년 전 자진 전역하고 이후 큰아들에게 세 차례 반말로 전화를 걸어왔던 조 상사였다. 조 상사는 당시 군대 내 고문과 상사들의 부당한 대우를 참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전역한 군인이었다.
조 상사의 동생은 “형이 민간 공사업체들과 출입증 제시 문제로 그들에게 맞았다고 했다. 당시 연대장이 지시해놓고 문제가 되니까 연대장이 뒤로 빠졌다며 억울해했다. 사단에서는 형이 잘못한 것으로 엮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인생의 아무런 계획도 없이 군복을 벗은 조 상사는 군 시절과 현실을 구분 짓지 못하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 청와대에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
전문가들은 “유약한 자신의 성격을 알았던 조 상사는 자신이 연대장을 대면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며 “자신이 직접 상대할 수 있는 약한 할머니를 공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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