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는 비교적 쿨하게 당시를 떠올렸다. “칼 갈고 나왔냐고요?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죠. 같이 연습하던 하니가 먼저 회사를 나갔을 때는 정말 너무 많이 울었어요. 한동안 음악을 아예 안 들을 정도였으니까요.”
유지가 밝힌 대로 먼저 회사를 나온 건 하니였다. “우연치 않게 JYP 공채 2기 오디션에 덜컥 붙어서 시작했는데 사실 집에서도 반대가 심했고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자신감 없이 했던 것 같아요. 어렸으니까, 어떻게 되겠지 하고 쉽게 생각했던 것도 분명 사실인 것 같고요. JYP를 나온 뒤에는 다시 가수 안하려고 했어요. 근데 포기하면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마음 먹고 열심히 했는데도 안되면 어쩔 수 없다 해도 최소한 후회는 안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다시 시작했죠.”
정화와 해령은 JYP 연기자 파트에 소속돼 있었다. 해령은 “아역 배우로 시작했고 연기가 꿈이었는데 JYP가 가수가 중심인 회사다 보니 춤하고 노래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됐죠. 사실 처음에는 하고 싶지 않다고 여러번 얘기도 했어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이게 재미있는 거예요. 물론 끝까지 남아있진 못했지만.(웃음)”
해령의 행보도 비슷하다. “연기자 파트로 들어가서 5년 정도 JYP에 연습생으로 있었죠. 가수 쪽에는 소질이 없다고 생각해서 개인레슨까지 받으며 연습을 했죠. 그러다가 보니 무대에 서고 노래하고 춤추는 게 좋아지게 된 거죠.” 해령과 정화는 EXID로 활동하며 연기자 데뷔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LE는 데뷔 전부터 홍대에서 랩 실력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홍대래퍼 LE가 걸그룹 데뷔를 준비하기 위해 연습생이 된 이유에는 확신이 있다. “항상 생각하는 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잘 하는 건 쉽지 않다는 거죠. 잘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고 더 단단한 기초를 쌓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조금씩은 시기와 과정은 다르지만 그들에게 닥친 시련들은 자신들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또 그 아픈 기억들은 기약 없이 반복되는 연습에 지치고 자칫 나태해질 수도 있는 상황 마다 강렬한 각성제가 됐다.
“신사동 호랭이 프로듀서의 트레이닝 방법이 저희들에게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스스로 할 수 있게끔, 스스로 느끼고 그 안에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하는 식이었거든요. ‘알아서 잘해라. 너희 인생이고 너희가 재미있게 살아야 한다’는 게 원칙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열심히 안할 수 없었죠.” EXID는 스스로를 장난삼아 ‘방목형 아이돌’ ‘자기개발형 아이돌’이라고 불렀다. “우리 색을 찾아가는데 더 없이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우린 같은 똑 같은 안무도 멤버마다 조금씩 다르게 보여줄 수 있게 됐거든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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