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5일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녹화된 ‘무한도전-나름 가수다’는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를 그대로 패러디한 특집으로 ‘무한도전’이 연말마다 방송하는 콘서트를 ‘나는 가수다’ 형태로 꾸민 것.
7일 방송된 ‘무한도전-나름 가수다’는 실제 ‘나는 가수다’ 세트에서 ‘나는 가수다’의 인터뷰, 배경음악, 화면구성, 진행방식, 시청자의 문자투표까지 고스란히 따랐다. 이날 ‘무한도전-나름 가수다’는 일곱명의 ‘무한도전’ 멤버들이 각자 다른 출연자들이 과거 불렀던 노래를 바꿔 부르는 형태로 진행했다.
정준하는 하하의 노래를 ‘키 큰 노총각 이야기’로 개사해 열창했고, 노홍철은 ‘사랑의 서약’을 다이나믹 듀오, 노라조, 바다와 함께 꾸몄다. 길은 ‘쌈바의 매력’을 리쌍 멤버 길, 같은 소속사의 정인과 함께 힙합 느낌 충만한 스타일로 편곡해 불렀으며, 하하는 ‘바보에게 바보가’를 스컬과 함께 레게로 편곡해 불렀다.
정형돈은 로마 군사복장을 입고 ‘영계백숙’ 무대를 마치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화려한 스케일로 꾸몄다. 유재석은 ‘더위먹은 갈매기’를 복고풍으로 재해석해 송은이 김숙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박명수는 ‘광대’를 서커스단, 가수 김범수와 함께 꾸몄다. 이 노래를 편곡한 돈스파이크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나름 가수다’는 ‘나는 가수다’ 못지 않은 스케일과 화려한 편곡으로 블록버스터 예능다운 스케일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모든 곡들이 원곡 못지않은 해석으로 ‘나가수’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들었다. 출연자들의 긴장감 역시 ‘나가수’에 버금갔다. 유재석의 ‘더위먹은 갈매기’ 외에는 대부분 힘이 잔뜩 들어간 무대에 지나치게 프로페셔널한 연출은 감동으로 넘쳤지만 ‘무한도전’ 특유의 재미는 다소 떨어졌다. 그나마 MC 정재형의 중간 토크무대가 소소한 웃음을 전했다. 그동안 ‘짝’ 등 화제가 됐던 방송들을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변주해 특별한 재미를 선사했던 ‘무한도전’의 패러디 치고는 지나치게 정직했던 것.
‘무한도전’이 연말을 맞아 시청자들에게 선사하는 연말 이벤트가 매년 진화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지만 ‘무한도전’만의 고군분투하는 어설프고 아마추어스러운 매력은 그 진화 속에서 조금씩 퇴화하고 있을 수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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