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52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KBS 장애인 앵커로 선발된 이창훈 앵커는 7일 정오 KBS ‘뉴스12’ 새 코너 ‘이창훈의 생활뉴스’에서 5분20초의 생방송 진행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생후 7개월 만에 뇌수막염 후유증으로 시신경이 훼손돼 시력을 잃은 이 앵커는 서울 한빛맹학교를 거쳐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 학사, 숭실대학교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을 밟았으며 지난 7월 KBS에 입사했다.
이날 방송 후 공식 인터뷰에 나선 이 앵커는 “지난 3개월의 시간보다 오늘 조금 더 잘 했던 것 같다. 완벽하게 했어야 했는데 조금 실수가 있어 아쉽다. 3개월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첫 생방송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이 앵커는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카메라 앞에서 떨지 않을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는 게 강점인 것 같다. 다만 사회적 경험이나 연륜이 쌓여있지 않다 보니 뉴스 해독력이 다소 약하다. 이를 보완해나가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이 앵커의 선발 과정부터 TF팀을 꾸려 함께 해 온 임홍순 과학재난부장은 “논의 과정에서 데일리 아닌 주간 프로그램을 하거나, 생방송 아닌 녹화 방송을 하자는 의견도 많았다. 사실 생방송은 모험이지만 최초의 시도이고, 장애인 앵커에게 뉴스를 맡기는 데 있어서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의미에서 이대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최종 선발 이후 3개월 여 동안 방송을 위한 연수를 받은 이 앵커는 보도본부 각 부서에서 뉴스 방송 일련의 과정을 체험했으며, 아나운서실에서 신입 아나운서 교육 과정에 참여, 정확한 발음과 전달력을 배양하는 교육을 받으며 실무 투입에 대비해왔다.
임 부장은 “오디션 당시에만 해도 시선이 불안정했으나 연습을 거쳐 많이 좋아졌다. 표정 관리, 뉴스 톤도 상당히 좋아졌다. 한두 번 실수는 있었지만 그 정도 실수는 어느 앵커라도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보도국 내부에서는 1차적으로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앵커의 뉴스 동안 장애인이라는 표시를 굳이 하려 하지 않는다는 임 부장은 “이벤트 식이 아니라 계속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시작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장애인에게 사회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일부 남아있는 편견을 깰 수 있는 앵커가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앵커 역시 “작은 시작이었지만 나를 통해 많은 분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장애인이 방송의 주역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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