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50원이 없어 연애사업에 필요한 ‘물건’도 살 수 없고, 월세 옥탑방에서도 쫓겨날 상황에 처한 지웅. 옆집 짠순이 홍실의 도움으로 길바닥에 나앉을 처지는 면한다. 다른 꿍꿍이가 있는 홍실은 두 달간 자신과 함께 돈을 벌어보지 않겠느냐며 지웅을 구슬려 동행한다.
두 사람은 가짜 맛집 현판과 연예인들의 가짜 사인을 판다. 결혼식 하객으로, 밤늦게 약수터에서 배드민턴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야광 셔틀콕을 판매하는 등 각종 아이템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려 나간다. 조금씩 돈을 모을수록 사랑의 감정이 쌓여간다.
항상 좋은 일만 있지는 않는 법. 홍실은 지웅이 다른 여자에게 명품 구두를 사주며 88만원을 허투루 쓴 사실을 알게 된다. 때마침 지웅은 자신이 예전에 살던 옥탑방의 주인집 아주머니와 홍실이 거래를 한 뒤, 재개발로 인해 주어지는 보상금을 가로챈 사실을 알고 만다.
가진 것은 없었지만 화기애애하고 유쾌하기만 했던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홍실은 개인적인 친분으로 알던 펀드매니저에게 사기를 당해 그간 모은 돈을 날려버린다.
한예슬의 코믹하고 재미있는 모습은 이전 작품들에서 많이 봐 왔다. 하지만 송중기가 이렇게까지 변한 모습은 처음이다. 시쳇말로 요즘 ‘핫’한 송중기가 언론시사회에서 “‘티끌모아 로맨스’ 이후 배우 생활을 못할 줄 알았다” 고 한 이유가 화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낮에 자취방에서 ‘야동’을 보고 흥분하는 등 자연스러운 20대 모습이다. 부스스한 머리에 옷차림이 남루할 때도 있다. 버스에서 코를 파고 그 건더기(?)를 유리창에 붙이기도, 치골을 드러내기도 한다. 망가지는 것을 꺼리지도, 몸을 사리지도 않는다.
물론 한예슬도 코믹하다. 예쁜 외모를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송중기의 이미지 변신이 너무 커 돋보이진 않는다.
영화는 취직을 하지 못하는 지웅을 통해 청년 실업의 아픔을 말하거나, 아버지의 도박으로 집이 어렵게 돼 소녀 가장 홍실의 고단함을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깊이 와 닿지는 않는다. 이야기의 얼개를 틀어지게 만드는 상황 설정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뜬금없는 장면들도 여럿 있다.
재미와 웃음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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