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동훈. '개코'라는 별명을 들으면 먼저 얼굴이 떠오르고, 그 뒤에야 비로소 이름이 떠오르는 그는 어느새 12년차 연기자다.
대표작 '야인시대'(2002)를 비롯해 다수의 드라마, 영화에서 감초 캐릭터를 소화해 온 이동훈은 현재 KBS 2TV '오작교 형제들'과 E채널 '여제' 두 작품을 통해 안방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여제'에서는 철거 전담반으로 현장에 투입되는 살벌한 캐릭터로 열연을 펼치고 있는 이동훈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가 만났다. 강렬한 캐릭터가 다소 걱정도 된다지만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숨길 수 없는 애드리브 본능 덕분이기도 하다.
"작가 선생님께 죄송하긴 하지만, 사실 제 연기의 절반 이상이 애드리브에요. 큰 틀을 깨지 않는 선에서 제 마음 가는대로 연기하는 편이죠. 현장에서 최대한 제 감정에 충실하고 싶거든요. 무대 위에서 논다는 말을 하듯, 카메라 앞에서 놀고 싶어요."
2000년 SBS 9기 공채 탤런트 출신인 이동훈. 연기자로서 첫 단추를 꿴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결코 짧지 않은 경력이지만 여전히 스스로 '진행형'이라고 칭한다.
"배우로서의 완성도를 따지자면 전 아직 멀었죠. 솔직히 경제적인 부분에서 어려움도 많았고, 연기를 계속 할 것인가에 대한 고비도 갈등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배우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나만의 재미가 있기 때문이에요."
도전의식, 승부욕이 강한 이동훈에게 연기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매력적인 길이다. "정복해버리면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기 마련이잖아요. 하지만 연기란 끝이 없죠. 도전을 즐기는 편이고, 레이싱도 그렇지만 매사 남들보다 연습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동훈의 또 다른 길, 레이싱으로 빠졌다. "레이싱에 처음 입문했을 때 이세창 감독한테 늘 지적을 받았어요. 감각이 둔한 편이라고요. 그 얘길 듣지 않기 위해 전 남들보다 두세 배 이상 연습을 했죠. 연습량이 많아서 좋아진 점은, 슬럼프가 잘 안 찾아온다는 점이에요. 대기만성형이 됐죠."
이른바 '스타' 연기자가 아닌 탓에 공백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했다. 공백기는 자기 발전의 시간으로 채워왔다. 방송에서 보이지 않을 때, 그는 무대 위에서 자기만의 트레이닝을 해왔다. 꾸준한 노력은 그의 내공으로 오롯이 쌓일 것이다.
명품조연. 정중앙, 앞자리를 누군가에게 내어주고 뒤를 받쳐주는 인물이다. 돋보이고 싶은 욕심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동훈 역시 욕심을 접고 작품을 위해 한 발 물러날 줄 아는 '명품' 선배들의 행보를 존경하고 있다.
"명품조연이요? 물론 갖고 싶은 수식어죠. 주연보다 더 빛나는 게, 명품조연이 아닌가 싶어요. 주인공이 없어도 빛나는 사람. 가장 훌륭한 타이틀이 아닌가 싶어요." 명품조연 이야기에 이동훈은 유난히 눈을 반짝였다.
연기만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힘든 구조적 문제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최고의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예능끼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최고의 대열에 들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어떻게 보면 좀 서러운 일이죠."
그렇다면 스스로 꿈꾸는 배우 이동훈은 어떤 모습일까.
"연예인의 한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연기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게 아닌 나 자신이 즐겁기 위해 하는 거니까요. 내가 즐거운 이 모습을 보시는 분들도 함께 즐거워해주시면 좋은 거고요. 스타가 되기 위해, 혹은 개런티를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연기하는 배우는 아닙니다. 인기에 좌지우지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요."
10년간 동고동락한 '개코' 타이틀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며 "평생 개코로 불려도 좋다"는 이동훈. 하지만 언젠가 개코를 능가할 만한 캐릭터를 보여주겠다는 결연한 마음가짐이다.
"혹시라도 개코라는 캐릭터에 안주하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주위에서도 해주시지만 저 스스로도 하고 있거든요. 더 좋은 작품, 발전된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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