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말랐던 대중
“이런 노래가 듣고 싶으셨나봐요. 하하”(개리)
선 공개 된 ‘TV를 껐네...’는 남녀간의 ‘이불 속 사랑’을 담은, 시쳇말로 야한 노래다. 노골적인 가사는 나오지 않지만 묘하게 상상력을 자극한다. 앨범의 타이틀 곡 ‘나란 놈의 답은 너다’는 이별 후 절망적인 기분을 직설적으로 토로하는 가사가 등장한다. 이별을 예쁘장 하게 포장하지 않을 탓인지 KBS에서는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냥 우리 하고 싶은 노래 하는 거에요. 그런 노래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어렵기 때문에 좋아해주시는 것 같네요. 사실 이건 먹고 사는 문제인데, 많은 가수들이 심의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하는 표현이 많죠. 사실 우리는 예능도 하고 음식점도 하고 먹고 살 수 있거든요. 음악은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도 되는 상황인 거죠. 그렇게 치면 복 받은 거고.”(개리)
물론 단순히 이 이유만은 아니다. 앨범 자체의 퀄리티 역시 최상급이다. 흔히 말하는 앨범에 깔리는 곡이 단 한 곡도 없다.
“사실 음악적으로 전에 없던 시도 같은 건 없어요. 다른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하고 우리 얘기를 있는 그대로 늘어놓고 어쩌면 새로울 것은 없을지 모르죠. 우리 스스로도 해왔던 걸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장인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0월 내려고 녹음했던 7곡과 20곡의 MR은 싹 다 지워버렸어요. 남들이 보기엔 똑같아 보일지 몰라도 그냥 세상에 내보 낼 수는 없었으니까요.”(길)
퀄리티가 높은, 거침없는 메시지를 담은 리쌍의 새 앨범에 대한 대중의 열광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목말랐던 가수
“사실 3~4년 전 쯤 음악을 좀 쉬고 싶었어요. 음악을 아예 안하겠다는 건 아니었지만 좀 기약이 없이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더랬죠. 한계 같은게 분명 왔었던 것 같네요. 예전에는 배고픔에 대한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 이제 더 이상 배고프지 않고 배고프고 싶지도 않고 뭐 그런 상황들에 있었죠.”(개리) 사랑노래 조차도 기쁨이나 환희 보다는 진한 그리움과 쓸쓸함이 주된 정서다.
“우린 분명 힘들게 커왔어요. 힙합이라는 소외 받은 장르에서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마이클 무어가 그런 얘길 했다고 하네요. 자기는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어서 얻은 에어컨을 포기하기 싫다고. U2의 보노도 더 유명해지고 더 돈 많이 벌거라고 했다죠. 저희도 마찬가지에요. 가난한 시절로 돌아가기 싫어서 악착같이 사는 거예요. 앞으로는 좋은 일도 하고 싶고요.”(길)
리쌍이 예능 출연을 시작한 후 앨범을 발표할 때 마다 소위 골수 힙합 팬들의 시선은 따가웠던 게 사실이다.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나오기 전에도 실제로 그랬어요. ‘무한도전’ 에서 여자 옷에 가발 쓰고 나오는 거 보니 분명 음악도 구려질 거라고. 근데 결국 들은 말은 ‘변하지 않아서 고맙다’는 말이었어요. 이번에는 둘다 예능을 한다니 ‘두고 보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보시면 알잖아요.”(길)
“음악은 음악이고 예능은 예능이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되는 것 처럼 스위치가 가능하더군요. 결과적으로는 득이 훨씬 많아요. 실이 있다면 여행을 자유롭게 다니지 못한다는 거죠. 사실 그건 우리에게 치명적인 일이에요.”(개리)
리쌍이 대중들에게 믿음을 준건 분명해 보인다. 아무리 두 사람이 예능에서 구르고 넘어지고 망가져도, 이들이 스스로 뮤지션임을 포기하지 않는 다는 건 KBS가 지나치게 우울해 방송에 내보낼 수 없다고 결정한 ‘나란 놈은 답은 너다’의 차트 결과만 놓고 봐도 자명해 진다.
언제 1위 아닌적, 언제 19금 아닌적 있냐
리쌍의 선전이 가요계에 엄청난 충격이라고 표현할 만큼은 분명 아니다. 사실 리쌍이 앨범과 신곡을 발표해 음원 차트에서 1위를 하지 않은 적은 거의 없고 그 노래들이 19금이 아닌 적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대중적인 인지도 면에서는 예전과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기록자체를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11월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광진구 악스 코리아에서 열리는 첫 단독 콘서트 역시 말이 첫 단독공연이지 그동안 리쌍이 공연을 해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02년도부터 파티를 계속 해왔었잖아요. 3000명 짜리 파티까지 해봤어요. 사실 싸이씨와 5~6년 전에 같이 해보자고 얘기 한 적이 있긴 한데 군대를 두 번이나 가시는 바람에‥하하”(길)
“하던 대로 계속 하는 거예요. 뭐 새로운 에너지들을 주는 분들이 주변에 많이 생기니까 그들을 통해 얻은 에너지를 어떻게 또 다시 음악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을 더 해야겠죠. 또 새로운 시도들을 해볼 여유도 분명 생기는 것 같고요. 뭐 어쩌겠어요. 심의에 신경 안쓰고 순위에 신경 안쓰고 그냥 하고 싶은 음악 하는, 우리는 그냥 리쌍인데요.”(개리)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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