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시중은행 대출 담당자에게 가계 대출 규모와 속도를 조절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한 달 전보다 0.6% 이내로 증가하도록 상한선을 뒀는데, 무리수를 둔 조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혁준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 6월 말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은 금융위원회가 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초강수를 뒀습니다.
통상 한달에 3조 5천억 원가량 늘어나던 가계대출은 지난 달엔 4조 3천억 원 늘었고, 이달 중순까진 무려 2조 원 넘게 증가했습니다.
이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을 불러모아 가계 대출 증가율을 전달의 0.6% 이내로 맞추라고 지시했습니다.
금융위는 시중은행이 이를 어길 경우 강도 높은 검사를 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8월에 이미 0.6%를 넘어섰거나 이에 육박한 시중은행은 이달말까지 신규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하거나 대폭 줄이기로 했습니다.
대출을 급격히 늘렸던 농협은 모든 가계대출을 아예 중단했습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 역시 대출 증가를 틀어막기 위해 실수요자가 꼭 필요한 대출이 아니면 사실상 대출을 중단하고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갑작스런 조치로 꼭 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크게 당황하는 분위깁니다.
주택 구입 뒤 잔금을 내야 하거나 생계를 위해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이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이나 대부업에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가계빚 문제를 오히려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 일본이 대출 총량을 규제했다가 부동산 시장이 붕괴한 전례에 비춰, 가뜩이나 침체한 우리 부동산 시장 역시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면 급랭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가계대출의 빠른 증가세를 지켜볼 수만 없는 금융당국이 극약처방을 했지만, 이미 빚을 내 살림을 꾸려야 하는 서민에겐 충격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이혁준입니다. [ gitania@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