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자 대표들이 지역난방 전환공사 추진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뒷돈을 챙겨오다 무더기 기소됐습니다.
입주민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이들이 자신의 호주머니만 채웠습니다.
정주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1천3백여 세대가 사는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아파트입니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 2006년 입주자 대표회의의 결정에 따라 가구당 250만 원씩을 내고 지역난방 전환공사에 돌입했습니다.
난방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설렘은 잠시, 공사는 지지부진했습니다.
주민들은 불만을 쏟아냈고, 공사업체는 항의를 무마하고 공사대금을 받아내기 위해 입주회장에 '검은 거래'를 제안했습니다.
당시 입주회장인 황 모 씨는 도리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했고, 업체로부터 1억 1천만 원을 받아 동대표 등 5명과 나눠갖는 대가로 편의를 제공했습니다.
공사와 관련된 모든 권한이 입주자 대표회의에 몰려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 인터뷰 : L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
- "(입주자 대표회의가 막강한가요?) 비용과 자금에 대한 사용권한이 있고 예결 권한이 있으니까…."
▶ 인터뷰 : 주민(L 아파트 거주)
- "원래 조합장도 그렇고 어디나 그렇게 (부패하게)돼 있어, 감사를 해야지, 근데 잘 안되니까…."
검찰 조사 결과, 수도권 7개 아파트의 입주회장과 관리소장들이 이처럼 지역난방 전환공사 과정에서 뇌물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인터뷰 : 배성범 /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장
- "가구당 공사비 부담이 수백만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부정한 금품 수수로 야기된 공사비 상승 부담은 다수 주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검찰은 돈을 받은 입주회장과 관리소장 등 5명을 구속 기소하고 12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5억 4천여만 원을 건넨 업체 관계자 2명도 재판에 넘겼습니다.
MBN뉴스 정주영입니다. [ jaljalara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