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어떻게 사야 잘 샀다는 소리를 들을까?
지난번엔 신차 출고에 대해 얘기를 했으니 이번엔 중고차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중고차라고 하면 덜컥 겁부터 나는 분들 많으시죠?
중고차를 잘 구입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각 매체에 시도 때도 없이 관련 기사들이 올라오곤 합니다다. 내용의 대부분은 인터넷을 잘 살펴보고, 발품을 팔고, 언제 어느 시기를 노리라는 정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듯하나 핵심이 없어서 막상 읽고 나서 ‘그래서 어떻게 사야 되는 건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선 차종을 정하는 단계에서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하는 것은 시승입니다. 신차나 중고차나 시승은 언제나 중요합니다. 제가 아직도 깜짝 놀라곤 하는 부분이 수입차를 구입하시는 분들 중 시승을 해보고 구입하는 분들이 아주 적다는 것인데요, 수입차들의 경우 국산차와 달리 브랜드, 차급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에 반드시 시승을 해보시고 브랜드와 차종을 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NF쏘나타와 로체, K7과 그랜져HG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는 얘깁니다.
예를 들어 같은 독일차라고 해도 벤츠와 BMW, 아우디의 동급 차량들은 승차감이나 운전감각은 국산차 브랜드인 현대와 기아, 삼성, 대우의 동급 차량들의 차이와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자신의 취향도 모른 채 그저 디자인과 트렌드만으로 차량을 구입하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일이니만큼 반드시 시승을 먼저 해보도록 합니다. 구형 모델이라 신차 전시장에서 시승이 안 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같은 급의 신차를 타보는 것이 좋습니다. 국산차와 달리 수입차들은 같은 라인업의 차량이라면 구형과 신형 간에도 일정한 흐름이 있어서 비슷한 감각을 갖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예산입니다. 연식과 적산거리를 정하고 차를 찾는 분들이 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본인의 예산에 맞춰 연식과 적산거리를 고려해 차량을 구입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시장에는 연식과 적산거리, 사고유무, 내외부 상태가 제각각인 차들이 나와 있기 때문에 예산을 먼저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산 내에서 내가 원하는 우선순위에 맞춰서 차량을 구입하는 것이 예산을 초과하지 않고 무리하지 않는 방법이자 원칙입니다. 예산은 차량 가격, 그리고 취등록세 외 구입 기타비용, 그리고 중고차 구입 후 소모품 정비비 등으로 나눕니다. 이 중 취등록세 부분은 연식에 따른 과표에 따라 대략 계산해두고, 소모품 정비비는 구입한 해에 최소 50만원~200만원 정도는 책정해 두어야 중고차라도 새 차처럼 좋은 컨디션으로 탈 수 있고, 구입 후 예상치 못한 비용 소모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예산을 정하고 나면 대략적인 중고차 시세와 인터넷 매물들의 가격에 따라 내 예산에 맞는 대략의 연식과 주행거리, 사고유무 등의 차량 상태를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 중고차 사이트에 나와 있는 매물들의 가격, 또는 전화통화로 중고차 딜러에게 알아보는 가격은 예상과 달리 실제 거래가격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내게 맞는 차종을 정했다면 다름으로는 실제 차량을 찾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입사 면접 등에 비유할 수 있는데 간략히 말하면 서류전형(카히스토리 조회, 성능기록부 확인)-면접전형(실차 확인 및 차량 시승) 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여기서 먼저 유의할 점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무사고와 사고 개념이 중고차 시장에서의 그것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부분 도색, 덴트 정도는 무사고 차량, 범퍼나 휀더의 교환 정도는 단순교환 차량으로 구분되며, 사고차라고 하면 앞뒤 패널이나 휠하우스, 프레임 등의 손상이 있는 경우에 한하므로 중고차 시장에서의 개념에 맞춰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은 성능기록부인데, 이는 법적으로 매매상에서 판매되는 차량은 위탁 차량을 제외하고는 모두 받아야 하는 일종의 차량 건강검진표입니다.(개인 간의 거래에는 해당되지 않음) 이 성능기록부는 위조하거나 허위 고지하면 법적으로 처벌이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고, 수입차는 국산차와 달리 이에 따른 보증도 되지 않고, 검사기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에 신뢰도나 정보의 유효성도 대략 70~80% 정도로 보면 적당합니다. 인터넷으로 살펴본 차량이든 직접 가서 발품을 팔아 찾은 차량이든 이렇게 두 가지는 꼭 받아서 살펴보도록 합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면 자동차등록원부조회도 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 두 가지 서류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면 해당 중고차량은 중대한 문제가 있는 차량은 아닐 가능성이 꽤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류상에 문제가 없다면 이제 면접을 봐야겠지요? 차량 소비자는 일종의 면접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면접관이라면 면접을 본 차량이 좋은 차인지 최소한 상대적인 기준에서만큼은 판단할 수 있어야 하기에 시승 경험은 중요합니다. 최초에 신차도 시승해보고, 중고차 구입 과정에서 발품을 팔면서 동종의 차량을 여러 대 시승해보았다면 최소한 상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대로 차량의 상태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기에 반드시 발품을 팔아 동종의 차를 여러 대 타보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차를 구입하는 단계에서는 금액과 시간에 유의하도록 합니다. 보통은 차량 잔금까지 오전에 모두 지불하게 되면 오후에나 명의이전이 모두 끝나게 되는데 서류를 받아서 차량 출고를 하고자 한다면 차량 대금 완납 후 3~4시간 정도가 소요되고, 차량 대금 완납하고 차량만 먼저 출고한다면 서류는 2~3일 후에 등기우편 등으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오후나 저녁에 차량을 구입하면 당일에는 이전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그리고 명의이전 전에 반드시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여야만 명의이전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간혹 차량이 리스 차량인데 리스사에서 매매상으로 명의 이전 완료 전에 미리 매매상에 나온 매물들의 경우는 명의 이전에 시간이 1주일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금액적인 부분에서는 수입차의 경우 리스 차량들이 캐피탈 사에서 매매상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세금이 연식에 따른 과표기준이 아니라 세금계산서 기준으로 부과되면 실제로 구입하는 소비자가 일반적인 연식에 따른 과표기준에 비해 많은 취등록세를 내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차량 계약 전에 반드시 세금이 과표대로 나오는 차량인지 확인하여야 합니다. 실제로 리스차가 많은 수입차의 특성상 이런 문제 때문에 과표 기준보다 100만원 이상 세금이 더 나오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매매상의 경우 캐피탈 사에서 매입한 금액보다 개인에게 매각한 매출금액을 작게 신고할 경우 세무조사 등의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매매상은 개인에게 매각 시 해당 매매상의 차량 매입가, 즉 세금계산서 금액보다 높은 금액으로 신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런 과정을 딜러가 미리 고지하지 않았다면 그 또한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기에 협상의 여지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차량을 구입하셨다면 단골 자동차 정비소나 믿을만한 수입차 정비소, 또는 정식 서비스센터 등에 입고, 점검해서 차량의 상태를 인지하고, 결과에 따라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들을 교체하고 타이어 점검과 휠 얼라이먼트 등의 작업을 통해 정상적인 주행이 가능하도록 차량을 정비하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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