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함께 장마가 시작됐다. 더욱이 제 5호 태풍 '메아리'가 북상하면서 이번 주말 전국이 태풍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돼 본격적인 장마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장마철에는 온도와 습도가 높아 각종 수인성 및 식인성 질환이 발병하기 쉽다. 뿐만 아니라 각종 피부질환과 감염질환, 관절질환의 발병률 또한 높아 그 어느때보다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장마철 건강관리 요령을 김영식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 세균번식 속도 빠른 장마철 ‘수인성질환’ 조심해야
수인성질환은 세균들이 음료수를 통해 병을 일으키는 질환을 말한다. 환자나 보균자의 대변을 통해 전염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별하게 장마철에만 사는 세균은 없지만 장마철에 질병이 늘어나는 것은 온도와 습도가 높아지면서 세균의 번식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또 살균효과가 있는 햇빛의 자외선 양이 장마철에 줄어드는 것도 세균이 활발한 활동을 하는데 영향을 준다.
장티푸스에 감염되면 1~2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섭씨 40도 안팎의 고열과 두통, 설사증세가 나타난다. 오들오들 떨리고 머리와 팔다리 관절이 쑤시는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먼저 나타난 뒤, 심하면 장출혈, 뇌막염 등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국내 발생원인은 70~80%가 오염된 물을 통한 전염이다. 병이 심해지면 2~3주 뒤부터는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과 탈진상태에 들어가며, 몸에 열꽃이 생기고 피가 섞인 변이 나온다. 장티푸스 환자라고 모두 설사를 하는 것은 아니며 변비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도 있다.
장티푸스를 예방하려면 물은 끓여서, 음식물은 익혀서 먹는 습관을 들이고 미리 예방접종을 해두는 것이 좋다. 과거 병력자는 여름철에는 특히 손을 깨끗이 씻고 주방의 행주나 도마를 수시로 소독해야 한다.
이질은 용변 등으로 오염된 물과 변질된 음식을 통해 감염되며 전염성이 강하다. 이질균은 물속에서 2~6주동안, 흙에서는 수개월간 살 수 있다. 위산(胃酸)에도 잘 죽지 않기 때문에 손에 조금만 묻어 있거나 200개 정도의 균에 감염돼도 이질을 일으킬 수 있다. 구역질, 구토 등 초기증세에 이어 3~6주 내내 하루 수차례 설사가 일어난다.
어린이나 노약자의 경우에는 탈수현상을 보여 혼수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다. 특별한 치료법이 없이 충분한 수분공급과 항생제 투여 정도가 고작이므로 예방이 최선책이다.
콜레라는 장마 끝에 주의해야 할 대표적 전염병이다. 콜레라균에 감염되면 보통 2~4일간의 잠복기가 지난 뒤 심한 설사와 함께 탈수현상으로 갈증을 느끼는 증상부터 나타난다. 그 뒤 시간이 지날수록 혈압이 떨어지면서 피부가 푸른색으로 변하고 정신상태가 불안해진다.
철저한 손씻기, 음식물 끓여먹기, 조리기구 청결소독, 음식물 오래 보관하지 않기 등의 4대 위생수칙만 잘 지켜도 콜레라 발병을 상당히 예방할 수 있다.
◆ 식중독 등 식인성질환 발생도 높아
식중독은 대표적인 식인성질환이다. 수해 지역에서는 수돗물 공급 중단 등 위생상태가 불량해 배탈 설사 등 식중독 발생 우려가 높다. 가장 빨리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이다. 이 균에 오염된 음식물을 먹으면 1시간에서 6시간 내에 구토와 설사를 하게 된다.
이때 항생제나 지사제 복용보다는 충분한 수분공급 등 대중요법을 쓰는 게 더 좋다. 약물 복용이 오히려 증상을 오래 끌 수 있으므로 충분한 수분 섭취와 안정을 취하는 게 낫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여름철 전염병중 치료를 해도 환자의 절반 이상이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바닷물에서 서식하는 비브리오균은 해수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여름에 급격히 증식을 한다. 통상 균이 한 두마리 몸속에 들어간다고 발병하는 것이 아니며 대개 10만개 정도가 침입해야 발병한다.
간염 유행지역인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생선회, 생굴 등 날 해산물을 먹은 만성간염, 간경변증 환자에게 주로 발생하는데, 환자의 90% 이상이 40~50대 남자이다. 따라서 이 같은 지병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해산물을 익혀서 먹어야 한다.
◆ 장마철마다 괴로운 골관절계 질환
류마티스관절염 등 골관절계 질환을 앓는 환자들도 장마철에 괴로운 시간을 보낸다. 특히 염증성 관절염은 관절 부위에서 생성되는 통증 유발 화학물질들의 순환에 장애를 일으켜 증상이 악화된다.
장마철이나 날씨가 흐린 날 증상이나 통증이 심해졌다고 해서 특별한 해결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기간만이라도 통증 완화를 위해 너무 무리하게 활동하거나 움직이지 않는 것이 증상개선에 좋다. 그러나 비가 온다고 실내에서 가만히 있는 것은 오히려 관절을 뻣뻣하게 해 관절염을 악화시키고 관절을 굳게 만드는 관절구축현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스트레칭 등으로 관절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한 증상이 악화되면 참지 말고 진통소염제 등을 먹는 것도 좋다. 아침, 저녁으로 온탕에 목욕을 하면서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산책을 하는 것도 통증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 곰팡이로 인한 감염질환도 주의해야
장마철은 다습한 관계로 곰팡이가 발생하기 쉽다. 또한 장마철에는 비와 땀속에 섞여 있는 여러 가지 화학물질이나 불순물에 의해 피부가 손상될 우려가 높다. 특히 피부에 미생물이 잘 번식할 수 있기 때문에 청결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장마철 관리대상인 곰팡이질환은 무좀과 사타구니의 완선, 그리고 간찰진 등을 꼽을 수 있다. 무좀균은 고온다습하고 피부가 밀폐된 조건에서 가장 잘 번식한다. 장마철에는 신발을 두 세 켤레 준비하고 번갈아 신도록 하며 젖은 신발은 충분히 말린 뒤 신어야 한다.
완선이란 양쪽 가랑이에 생기는 무좀으로 발에 있던 무좀균이 이 부위로 옮겨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피부면이 맞닿은 부위에 생기는 염증성 피부염인 간찰진도 고온다습한 환경 때문에 생긴다. 목의 주름 부위를 비롯해서 무릎 뒤, 손가락 사이, 엉덩이, 가랑이 사이, 발가락 사이 등 피부가 맞닿는 부위에는 어디에나 생길 수 있다.
뚱뚱한 사람은 접촉부위에 파우더를 뿌려 마찰을 방지해 주는 것이 좋다. 특히 빗물과 접촉한 후 씻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하면 빗물에 섞여 있는 각종 화학물질들이 피부를 자극, 염증반응을 일으켜 붉은 반점 등 다양한 증상의 접촉성 피부염이 나타난다. 증세가 가벼우면 몸을 깨끗이 씻은 후 스테로이드 호르몬연고 등을 가볍게 발라주면 낫는다.
◆ 집먼지 진드기 번창하는 장마철 알레르기 질환
장마철에는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등도 악화된다. 알레르기 질환의 주된 원인인 집먼지 진드기가 번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먼지 진드기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고 침구, 옷, 커텐 등은 빨래 할 때 더운 물에 삶아야 한다.
집먼지 진드기가 원인일 때는 실내의 온도 및 습도를 낮추고 진공청소기를 이용하여 먼지가 흩날리지 않게 청소하는 것이 좋으며 침구류나 카페트, 가구의 cover 등 진드기가 서식할 수 있는 조건들을 특수천으로 밀봉하거나 자주 삶아주는 것도 예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동물의 털로 만든 담요나 이불 등은 화학섬유로 대체하는 것이 좋으며 베개도 메밀 등의 식물성 베게보다는 스폰지 등의 화학물질을 이용하는 것이 진드기의 서식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다.
◆ 연일 비 오는 날씨는 정신건강도 신경 써야
연일 비가 오면서 흐린 장마철엔 무기력해져 활력이 떨어지고 우울해지기 쉽다. 특히 우울증 성향이 있는 사람은 그 정도가 심해지는데, 활동 에너지가 감소하고 울적해지면 몸이 찌뿌듯하고 무거워져 힘든 일이 아니라도 벅찬 느낌을
장마철에도 활기있게 활동하려면 해가 뜨는 순간만이라도 꼭 바깥 외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집안이나 사무실에서도 가급적 해가 많이 드는 창가에 앉고 실내 조명을 환하게 밝히는 게 좋다.
※ 도움말 = 김영식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예림 매경헬스 [yerim@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