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송지선 아나운서는 지난 23일 오후 자신이 사는 서울 서초구 모 오피스텔 건물 19층에서 투신해 구조대가 출동했으나 이미 사망했다. 해당 사건의 수사를 맡고 있는 서초경찰서 측은 24일 송씨의 죽음을 자살로 결론짓고 유족의 뜻에 따라 부검은 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송씨가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를 정확히 알기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 역시 자살을 선택의 동기은 한두 가지 원인으로 규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은 임태훈과 스캔들에만 맞춰져 있다. 송 아나운서의 죽음이 인구에 크게 회자되고 있는 것 역시 7세 연상의 여자 아나운서와 젊은 스포츠 스타의 세상에 알릴 수 없었던 관계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기인하는 바가 크다.
지난 7일 송씨의 트위터 자살암시글 소동이후 네티즌들은 송씨의 미니홈피에서 두산 베어스 임태훈과 지극히 사적인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퍼 날랐다. 이 내용은 SNS와 인터넷 게시판들을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이후 송씨는 미니홈피 글은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또 다른 구설을 낳을 뿐이었다. 대부분은 송씨의 사생활에 대한 인신공격성 언어들이었다. 이후 임태훈 선수와 관계에 대해서도 연인이라고 인정했지만 임 선수 측이 즉각 부인하며 또 한번 악플에 시달리게 됐다.
'여자 아나운서의 사생활'이라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소재와 이를 낱낱이 발가벗기려는 폭력적인 시선들에게 적잖은 고통을 당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와 똑같은 행위가 임태훈을 향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일부 대중들의 감정이 안타까움도 위로도 동정도 아닌 타인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관음증적 쾌락을 향해 있다는 증거다.
실제로 송씨의 죽음이후 불거진 이야기들이 송씨의 억울함을 풀어주거나 죽음의 의미를 되새길만한 내용은 없다. 앞으로도 그런 이야기들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 자살 자체가 미화돼서는 안되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말이다.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일부 국가에서 총살형을 통해 사형을 집행할 때는 다수의 사수를 배치한다. 이 중 한명에게만 실탄을 장전시킨다. 사수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다. 그 중 누가 실탄을 쏘았는지 말할 수 없고 말해서도 안된다. 지금은 침묵할 때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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