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이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오랜 진통 끝에 현대건설 채권단(주주협의회)은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기로 사실상 결정했다. 지난 12월 17일 전체회의에 현대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는 내용의 안건을 상정했다. 본계약 체결안은 채권단의 80%(의결권 비율 기준) 이상 동의를 얻어야 가결된다. 외환은행(25%), 정책금융공사(22.5%), 우리은행(21.4%) 등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3개 기관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본계약 체결안은 부결된다. 이후 채권단은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과 협상할지에 대해 “가능한 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매각이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왔다는 얘기다.
향후 시나리오는 크게 2가지다. 첫째, 양해각서(MOU)가 해지되면 현대그룹과의 공방은 법정으로 옮겨간다. 현대그룹은 지난 12월 10일 ‘MOU 해지 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고 추가 소송을 낼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법정공방 속에 현대건설 매각은 상당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채권단은 자칫 소송전에서 패할 경우 모든 부담을 뒤집어쓰게 된다.
둘째, MOU를 유지하되 본계약 과정에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방안이다. 현대그룹이 가처분소송에서 이기거나 MOU가 해지되지 않으면 매각 절차는 그대로 진행된다. 하지만 본계약이 순탄하긴 어렵다. 현대건설 인수 본계약을 하기 위해선 채권단에서 80%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22.5% 의결권을 가진 정책금융공사가 사실상 거부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건설 매각을 바로잡을 방법은 없을까. 먼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채권단이 명확한 매각 기준, 원칙을 다잡아야 한다. 당사자들도 소송전을 자제하고 법규, 관행에 따라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갈 필요가 있다. 한 민간연구소 박사는 “패자가 승복하지 않고, 채권단 심사도 엄격하지 않았으며 금융당국조차 중립을 지키지 않는 등 모두 잘못이 있다”며 “어떤 의혹이 있더라도 원칙을 지키고 결과에 승복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 매각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보다 독자생존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주 방식으로 지분을 팔면 공적자금 회수액은 줄어들더라도 현대건설 미래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건설은 2006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이후 매출, 수주액이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에 올랐다. 오히려 주인이 없을 때 더 승승장구하고 있다. 얼마든지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현대건설 직원들은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현대건설 직원 대부분은 현대차그룹이, 소수 임원진은
[김경민 기자 kmkim@mk.co.kr]